尹정부 공공혁신에 맞서는 김정렬 LX 사장..민간개방 놓고 갈등

이민하 기자 2022. 8.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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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토정보공사(LX) 본사 전경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이 새 정부의 혁신 방향에 맞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가 '민간 영역 확대'를 공공기관 혁신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 일거리를 지키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과 불협화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1조3000억원 규모의 '지적재조사 사업'에서 민간 참여 비중을 확대하려는 국토부 방침에 맞서 갈등을 빚고 있다. LX는 앞서 민간 참여를 넓힌다는 보도(☞[단독] '지적재조사 독점'논란 LX, 민간 참여 폭 넓힌다)에 대해 "지적재조사의 민간시장 확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민간 참여 제한 1조3000억원 지적재조사 사업은 20%도 진행 안돼…민간 확대 지지부진
LX는 그동안 지적재조사 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적재조사는 일제강점기 때 만든 종이지적도를 정밀한 측량을 통해 디지털지적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2012년부터 2030년까지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54만필지(전국 3743만필지의 14.8%)에 대한 지적재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년여간 진행된 지적재조사 사업 완료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LX가 사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행하면서 민간 참여 기회를 늘리는 데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LX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담당하는 유일한 책임수행기관이다. 이에 공사가 책임수행기관을 맡고, 민간업체가 이를 위탁받아 실제 측량업무를 수행하는 '하도급' 형태다.

책임수행기관인 LX가 업무 비중에 따라 관련 예산의 65%를, 민간업체가 나머지 35%를 배정받는다. 반면 실제 측량업무는 거꾸로 LX가 39%, 민간이 61%를 수행하고 있다고 민간업체들은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연내 민간과 공사의 업무분담비율과 측량 품셈(측량 비용) 조정을 해야 하는데, LX가 비율을 높이는데 이견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지적재조사 사업을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10월 안에는 분담 비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LX의 이런 태도에 민간 업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앞서 민간 시장 참여를 기대하면서 사업 확대를 진행했는데, 이제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인력과 장비 투자를 한 곳들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한 지적측량업체 대표는 "업체들 대부분은 직원 5~10인 규모의 영세업체"라며 "민간 시장 확대에 대비해 인력·장비 등을 확충했는데, 매출확보가 안 되면 고스란히 손실을 입을 듯하다"고 하소연했다.
전체 측량시장 10%만 민간 개방…2018년 완전 이양 방침도 흐지부지
LX가 민간 업체와 갈등을 겪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민간업체들은 지적재조사와 도해지역(측량 수치가 없이 도면만 있는 지역) 측량뿐 아니라 지역자치단체 수의계약, 민간 업역 침해 문제 등을 수년 전부터 제기했다. 국토부는 이를 일부 수용해 민간에 측량업무를 단계적으로 이양하고, LX는 차세대 공간정보 지원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안을 세우기도 했다. 지적재조사 사업 역시 LX가 전담하는 도해지역 중 약 20% 정도를 수치측량해 민간으로 넘기는 성격도 있다.

지적측량 시장은 크게 수치 확정측량과 도해(미수치 지역)측량 시장으로 나뉜다. 전체 시장의 90%가량은 도해 측량이 차지한다. 연간 시장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LX가 전담한다. 측량 결과에 따라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수치 확정측량 시장은 2015년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에 따라 민간에 개방됐다. 연 시장 규모는 700억~100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민간 이양 과정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2018년까지 시장을 민간에 완전 이양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현재도 LX가 해당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LX가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민간에 시장을 완전히 넘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커질 대로 커진 LX의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X의 직원 수는 4704명으로 국토부 28개 산하기관 중 여섯 번째 규모다. 연 매출 규모는 6220억원이다. 한 측량업계 관계자는 "LX는 측량업무 관련 3인1조 1000개팀 이상을 운영 중인데, 당장 측량사업을 줄이면 3000~4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할 일이 없어질 뿐 아니라 수익조차 못 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비중 축소·민간 확대' 공공기관 혁신안 정면 충돌 우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등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LX의 이 같은 '민간 확대 반대' 방침은 국토부가 추진 중인 산하기관 혁신계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LX공사에 대해 "지적재조사 사업에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재조정하고 민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토부는 작은 정부와 민간 자율성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핵심 키워드는 '공공 축소·민간 확대'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공기관의 독점적 지위에서 나오는 각종 불공정·부도덕적 행위 등을 고친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지난달 초 산하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혁신안을 사실상 퇴짜 놓으면서 "공공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지, 또는 무분별한 업무 확장으로 민간의 영역까지 침해하고 있는지, 업무 수행 절차가 공정·투명한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는 없는지, 자회사 재취업 사례 등을 되짚어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중 28개 산하기관의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LX처럼 상대적으로 대외 노출이 적어 '감춰졌던' 공공기관에 강도 높은 혁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LX의 내부 방침이 무엇이든지 국토부의 혁신안 방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토부 차관 출신인 김정렬 LX 사장의 지나친 대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사장은 국토부 제2차관 출신으로 2020년 9월 LX 사장에 취임했다. 김 사장은 LX의 민간시장 침해가 심각하다는 여당 국회의원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사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적 편향성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장으로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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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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