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20가구 때문에'..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 첫 삽 못 떠
매도청구소송 조합 패소.."99% 찬성한 사업, 발목"
분당 한솔마을5단지가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단지'의 타이틀을 반납하게 생겼다. 조합이 리모델링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와의 매도청구소송에서 패소, 착공을 코 앞에 두고 1년 이상의 이주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솔5단지의 리모델링사업 동의율이 99%에 달했고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단지라는 상징성이 컸던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적잖이 충격을 주는 분위기다. 갑작스레 이주 계획에 차질이 생긴 조합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조합은 빠른 시일 내 조합을 정상화하고 다시 매도청구절차를 밟아 내년에 이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단지였는데..
1994년 준공한 한솔5단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아파트로 총 1156가구의 대규모 단지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0년 9월 리모델링사업조합을 설립했으나 조합 내부 문제, 낮은 사업성 등으로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2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서 리모델링이 가시화했다.
한솔5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을 기존 170%에서 277%로 올리고 12개 동에서 16개 동으로, 가구수는 1156가구에서 1271가구, 주차 대수는 529대에서 1834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솔5단지 리모델링조합은 지난해 12월 분담금 확정 총회를 마치고 올해 6월 이주 공고를 내는 등 속도를 냈다. 시장에선 1기 신도시 중에서 한솔5단지가 첫 삽을 뜨는 리모델링 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매도청구소송에서 발목이 잡혔다.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리모델링의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동의율(75%)을 확보한 경우 리모델링 결의를 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매도청구는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해 사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보통 조합이 승소한다. 한솔5단지는 리모델링사업 동의율이 99%에 달해 조합의 승소가 예상됐지만 1,2,3심 모두 조합이 패소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연내 이주는 물건너가고 착공도 미뤄졌다.
한솔주공5단지 조합 관계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조합 사업이 지연되게 생겼다"며 "조합정상화 단계를 밟은 뒤 매도청구소송을 다시 진행하면 이주가 1년 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20여명의 매도청구 대상자들로 인해 99%가 찬성하고 시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까지 받은 리모델리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는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속상해 했다.
입주민들 '발동동'…이사 계획 등 차질
한솔마을5단지 소유주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초 이주 예정이었던 올해 6월에 맞춰 이미 이사를 한 주민들도 있고, 연내 이사하거나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업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위(매도청구대상자)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위법'을 지적하며 리모델링 사업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이번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하게 된 이유는 '원고 조합 대표자 부적격'이다. 조합장을 적법한 절차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
조합 관계자는 "조합 설립 후 사업이 진척되지 않다가 2014년 3월 정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을 허용하면서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며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 대의원들이 조합을 나가면서 조합장 선정 때 재적대의원(8명)이 최소 의결정족수(12명)에 못미쳤는데 그게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매도청구소송은 행정소송이 아닌 소유권 확보를 위한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행정적인 절차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조합의 지위엔 어떤 변화도 없으며 임시 조합장 추대 등을 통해 문제로 지적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면 다시 매도청구소송에서 승소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고 조합 대표자 부적격 문제를 제기한 비대위 관계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이겼고 지금까지의 조합의 절차는 무효이기 때문에 현 조합 임원이나 대의원 등으로 총회를 열 수 없어 사실상 리모델링사업을 더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솔주공5단지가 리모델링사업을 중단하거나 재건축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그동안 소요된 시간이나 비용 등으로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아울러 한솔주공5단지는 대지지분이 적은 편이라 재건축 사업성이 높지 않고, 재건축이 리모델링에 비해 사업 절차도 까다로워 입주까지 15년은 더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 재건축 사업 전환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성남시청 관계자도 "조합이 매도청구소송에서 승소하거나 매도 당사자들(매도청구 대상자)과 협의해서 소유권을 다 확보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조합이 하기 나름"이라고 귀띔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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