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희 칼럼] 모빌리티 혁신이 막힌 사이

심윤희 입력 2022. 8. 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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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타다 등 퇴출하더니
결국 '택시대란' 불러
요금 인상만으론 한계
과감한 혁신 허용해야
최근 베트남 호찌민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승차공유서비스인 '그랩'을 주로 이용하고, 간혹 법인택시인 '비나선택시'도 탔는데 택시 잡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랩은 일반택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카드와 현금으로 모두 결제가 가능하고 차량 크기도 선택할 수 있어 편리했다. 만약 베트남 사람이 선진국이자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택시대란을 목도했다면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한국에선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심야시간 1시간 넘게 택시를 잡다가 '따릉이'를 타고 집에 갔다거나, 아예 귀가를 포기하고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잤다는 등 귀가전쟁 무용담이 넘쳐난다. 그 많던 택시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택시대란은 택시가 없어서가 아니다. 5월 말 기준 전국 택시 대수는 24만9667대로 개인택시가 16만4659대, 법인택시는 8만5008대다. 인구 206명당 1대 비율이니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택시 기사들의 엑소더스에 있다.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자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업 등 벌이가 나은 일자리로 대거 이동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에 비해 줄어든 법인택시 기사는 3만명에 달한다. 고령화된 개인택시 기사들이 야간 운행을 꺼리는 것도 택시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인택시는 기사가 없어서, 개인택시들은 야간 운행을 기피해 주차장에 멈춰 서 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는 택시면허 보호를 명분으로 번번이 택시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택시대란이라는 부메랑이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끊임없는 혁신 시도가 있었다. 2013년 우버를 시작으로 2016년 '풀러스'의 카풀서비스, 2018년 렌터카 기반 기사 대여 서비스인 '타다'가 등장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이들 서비스는 '불법택시 프레임'에 갇혀 퇴출됐다. 특히 '타다'는 등장한 지 1년 반 만에 회원 170만명, 차량 1500대를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불친절, 승차 거부, 난폭 운전 등 기존 택시의 고질병을 해소한 데 대한 호응도 컸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2020년 '타다금지법'으로 혁신의 싹을 꺾어버렸다. 국토교통부는 법 통과 직후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택시면허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운송사업'을 허용했지만 기여금 부담과 총량 규제로 사업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타다가 사라진 후 모빌리티 시장에는 결국 택시만 남게 됐고, 콜택시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 천하가 됐다. 혁신이 가로막힌 사이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졌고, 택시 기사들의 삶도 나아지지 않았다.

심야시간 승차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호출료 인상과 탄력요금제 카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요금을 올려 택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택시 기반으로만 해답을 찾으려고 할 게 아니라 인력 부족과 고령화를 해결할 제3의 공급처를 발굴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택시와 새로운 모빌리티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공존이 가능한 것은 정부가 갈등을 중재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모빌리티의 무덤'이 된 것은 정치권이 표 계산에 눈이 멀어 택시업계 눈치를 보며 혁신을 봉쇄한 탓이다. 곧 자율자동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열린다. 더 이상 혁신을 틀어막아선 안 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매운맛(강제 배차), 독한맛(수요 응답형 모빌리티)도 준비하고 있다"며 "우버처럼 자가용 영업을 허락하는 '폭탄맛'까지 가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폭탄맛까지도 염두에 두고 혁신에 힘을 실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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