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최악의 인권유린"..35년 만의 진실 규명
[앵커]
1984년, 이 9살 소년은 길에서 아빠를 기다리다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그 곳에서의 3년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불법 감금된 채 구타와 강제노역이 반복됐고, 숨진 사람은 땅에 묻혔습니다.
벗어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잠 잘때 불을 끄지 못합니다.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입니다.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이 흘렀는데,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이 이뤄졌습니다.
부당한 공권력으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것.
이윤우 기자가 첫소식으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7년, 박형대 씨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부산역에서 경찰을 만났습니다.
12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박형대/형제복지원 피해자 : "꼬마야 너 이리 와봐라. 예 왜요 그러니깐. 너 왜 부모는 어디 가고 혼자 오냐?"]
다니는 학교, 부모님 존재도 알렸는데 경찰은 그를 막무가내로 끌고 갔습니다.
도착한 곳이, 형제복지원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갇힌 그곳에서, 폭행, 강제 노역, 심지어 성폭력까지 이어졌습니다.
[박형대/형제복지원 피해자 : "힘이 없고 어리고 그러니까 소대장이 최고인데 그러니까 무서워서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고..."]
아들을 찾아 나선 부모가 여러 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고, 재회까지 7년 세월이 걸렸습니다.
1986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1년 만에 탈출한 서상열 씨.
실상을 외부에 알리려 하자, 부산시 공무원들이 찾아와 진술서를 강요했습니다.
'사회에서 충실하게 생활한 사람은 형제복지원에 들어오지 않는다', 강제 입소를 부정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그때 기억은 여전히 악몽 같습니다.
[서상열/형제복지원 피해자 : "진짜 많이 맞았죠. 인간이,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형제복지원 실태가 어렴풋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진실화해위원회가 마침내 이 사건을 '중대한 인권 침해'로 결론 내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지원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의 폭력이 불러온 비극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겁니다.
[정근식/2기 진실화해위원장 : "강제노역, 폭행, 가혹 행위,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았으며, 국가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정을 묵살했고..."]
형제복지원에 갇힌 채로 숨진 사람이 총 6백 50여 명.
진화위의 1년 남짓한 조사 과정에서만 백 다섯 명이 추가됐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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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 기자 (y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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