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추석 차례상

박완규 2022. 8. 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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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음력 8월 15일을 추석, 중추절, 한가위, 가배(嘉俳) 등으로 부르며 가장 큰 명절로 꼽았다.

"고향 생각이 가장 절실한 것은 추석을 맞을 때다. 이날 우리는, 차례를 지낼 대상이 없으므로 일찌감치 등산복 차림을 하고 우이동이나 도봉산으로 간다. 거기서 달이 떠오를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북녘 하늘 한끝에 시선을 박은 채 끝없는 추억과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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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음력 8월 15일을 추석, 중추절, 한가위, 가배(嘉俳) 등으로 부르며 가장 큰 명절로 꼽았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은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세시풍요’에 담은 시 ‘8월15일’에서 “황금들녘 감사 굿 올리는 맑고 좋은 날/ 갖가지 가을의 결실 새로이 맛보네/ 다만 원하는 것은 일 년 내내 평일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배와 같은 것이네”라고 읊었다.

추석 연휴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함남 북청 출신 작가 전광용은 수필 ‘나의 고향’에서 부모의 생사조차 모르는 실향민의 설움을 토로한다. “고향 생각이 가장 절실한 것은 추석을 맞을 때다. 이날 우리는, 차례를 지낼 대상이 없으므로 일찌감치 등산복 차림을 하고 우이동이나 도봉산으로 간다. 거기서 달이 떠오를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북녘 하늘 한끝에 시선을 박은 채 끝없는 추억과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객지에 사는 이들 상당수가 귀성길에 올라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게 된다. 시인 나태주는 “거기 앉아라/ 얼굴 좀 보자 … 가슴속 이야기들/ 어찌 다 풀어놓을 수/ 있을까 보냐/ 그냥 잠시 웃자/ 그러고 우리 다시 먼 길 떠날 준비를 하자/ 마음속에 먼 길 하나씩/ 만들어 나누어 가지자꾸나”(‘추석2’)라고 노래했다.

차례상 차리기 같은 힘든 일도 기다린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제물은 기제사에 비해 간략하지만, 송편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고 고물가 상황에 집중호우 피해가 겹쳐 차례상 차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품목 구입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30만10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9.7%, 대형마트에서는 40만8420원으로 6.4% 올랐다고 한다. 고통이 배가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학자 김영민은 “올여름 사람들을 괴롭히던 무더위는 지나갔다. 예언하노니, 어느새 두세 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도 그렇게 지나갈 것”(‘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이라고 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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