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영혼 잃은 감사원
'찍어내기 표적 감사' 비판 자초
불편부당해야 국민 지지 받아
崔 원장부터 원칙·소신 지켜야
우리나라 감사원의 원훈(院訓)은 ‘바른 감사, 바른 나라’다. 상징 로고는 눈과 귀를 형상화했다. 국민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고, 국민의 귀로 바르게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998년 10월 이전까지는 ‘공명정대’를 원훈으로 삼았고, 암행어사의 신분증표였던 마패가 상징이었다. 또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지닌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령, 원훈, 상징 로고 모두 권력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 행정부 감시·견제 역할을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정권이 바뀌면 그 입맛에 맞는 맞춤 감사 결과를 내놓아 신뢰를 상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4번에 걸쳐 진행된 4대강 감사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1월 발표한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홍수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 발표된 2013년 1월 2차 감사에서는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2013년 7월 3차 감사에서는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7월 4차 감사에서는 “사업 경제성이 없다”는 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요즘 감사원을 둘러싸고 유난히 논란이 잦다. 최재해 현 감사원장은 감사원 개원 이래 첫 내부 출신 수장으로 감사원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 원장의 처신은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최 원장은 얼마 전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황당 발언을 내놓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빈축을 샀다.
실제로 최근 감사원의 행보는 현 정권 지원을 노골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은 23일 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실상 문 정부 시절인 지난 3월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했던 탈원전 정책을 겨냥했다는 관측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 KBS,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 중이다. 모두 전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에 대해 현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는 기관이다. 국민권익위의 경우 장관급 기관장에게 지각을 문제 삼고 있으니 명분도 구차해 보인다. ‘찍어내기용 표적 감사’라는 야당의 비판이 단순한 정치 공세로만 들리지 않는다.
문 정부에 의해 발탁된 최 원장은 문 정부 시절에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문제를 감사한 유병호 당시 공공기관감사국 국장(현 사무총장)을 비감사 부서로 좌천시켜 독립성 침해 논란을 자초했었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자 표변해 현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이렇게 영혼을 잃으면 ‘바른 감사, 바른 나라’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현재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을 독일, 일본처럼 독립위원회로 만들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원장이 감사원의 소임에 대해 어떤 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감사원장이 임기나 지킬 생각으로 대통령실 눈치를 보면 제대로 감사원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 앞으로 임기가 3년이 남은 최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또 얼마나 구설에 오를지 걱정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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