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명 죽어나간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화해위 "국가 책임 인정"

박지민 기자 2022. 8. 24. 22: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4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이후 35년 만에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정근식(왼쪽)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24./뉴시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1992년 경찰 등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하고 강제 노역과 가혹 행위를 가한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꼽힌다. 그동안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 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그 실태를 규명해 왔다. 이 기간에 복지원에 입소한 인원은 3만8000여 명이었다. 이에 더해 위원회는 형제복지원의 전신인 형제육아원이 설립된 1960년 이후부터 이곳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조사해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 등에서 새로 확인한 통계 등을 토대로 1975~1988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57명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늘었다. 진실화해위는 일부 사망자의 경우, 구타 등에 의한 사망이 ‘병사(病死)’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반항하는 수용자들에게 전문의 진단에 따르지 않고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투약한 사실도 있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이재승 상임위원은 “일부 수용자는 형제원 내 정신요양원에 일종의 징벌 차원으로 입소됐다”며 “일반 수용자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먹여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어 통제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생존 피해자 오열 - 2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기자회견에서 이 사건 피해자 박순이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 많은 657명이라고 밝혔다. 일부 수용자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투약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김지호 기자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불법을 묵인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했다. 1986년 보안사령부는 형제원에 대해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판단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상이 외부로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1987년 이후에도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 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강제 수용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410조’에도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진상 규명 신청자 544명 가운데 19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진실화해위는 올해 말까지 2차 진상 규명을 진행할 방침이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 이향직(51)씨는 열세 살이던 1984년 6월 부전역 인근 파출소에서 형제복지원으로 보내졌다. 아버지가 이씨를 파출소에 맡기고 장을 보러 간 사이, 단속원들이 파출소를 찾아와 이씨를 탑차에 태워 간 것이다. 형제복지원에 내리자마자 폭행은 시작됐다고 한다. 이씨는 “크리스마스, 추석, 설날만 빼고 매일같이 맞았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박경보(58) 자문위원장은 “이제야 우리는 ‘자칭 피해자’가 아니라 진짜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며 “형제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장애를 얻은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에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