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 브랜드 찾기'를 바라보며 [삶과 문화]

2022. 8.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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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의 '꽃'은 대중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시이다.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이 시는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라는 가정법이 꽃이라는 의미로 귀결되는 명쾌하면서도 심미적인 문장이다.

성리학을 숭상했던 조선은 청나라 왕조시대에도 명동이라는 이름을 유지함으로써 건국이념과 명나라에 대한 지조를 유지하였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역사성과 문화적 기조 그리고 시대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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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연합뉴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대중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시이다.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이 시는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라는 가정법이 꽃이라는 의미로 귀결되는 명쾌하면서도 심미적인 문장이다. 이렇듯 이름을 짓는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어서 부모는 그 아이를 축복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짓는다.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에게 이름을 짓는 일은 오랫동안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설정의 방법론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국내의 많은 지명도 이름에 속한다. 군대시절을 장교로 지냈던 필자는 당시 독도법을 통한 지형정찰을 훈련하고 자주 나가야 했는데, 그 당시 지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엔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지명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경기도에도 광주가 있고 전라도에도 광주가 있듯이 작은 마을 단위로 가면 같은 이름의 마을이 꽤 많다. 어찌 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한때 전화번호부에서 나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세어봤던 기억도 이런 상황과 같다. 작명가는 아니지만 좋은 이름이 평생 불려지면서 그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면서 복을 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이름을 사용하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표권이라는 법적 장치도 마련이 되고 상호에 대한 특허권까지 보장받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도로나 마을의 이름을 통해 역사적 흔적을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서울 구도심의 대표 지역인 명동(明洞)의 경우 그 지명의 유래는 명나라 사신이 머물던 장소라는 의미였다 한다. 성리학을 숭상했던 조선은 청나라 왕조시대에도 명동이라는 이름을 유지함으로써 건국이념과 명나라에 대한 지조를 유지하였다. 중국 도시를 살펴보면 '한중로'라고 불리는 길이 보이는데 이는 모두 그 도시의 중심도로를 뜻하는 표기이다. 크고 가운데 위치한 도로라는 뜻이 된다. 국내 지방도시를 돌아보면 중앙로라고 불리는 도로명이 보이는데, 이는 대부분 근대 이후에 형성된 원도심의 중심도로를 의미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혼마치(本町) 또는 본정통이라고 부르는 도로가 형성되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서울의 퇴계로이다. 해방 후 본정통이라고 불리던 퇴계로의 일부 구간을 충무로(忠武路)로 명명하였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역사적 인물인 충무공 이순신의 시호를 차용해서 이름을 지은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많은 국내 지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능과 역할에 따라 지어지기도 했고, 또 과거엔 중국의 유명한 지명을 가져와서 이름 지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자 이름은 유학의 원류인 곳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역사성과 문화적 기조 그리고 시대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최근 현황은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영어식 표기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최근 지난 기간 사용되었던 'I seoul u'라는 명칭을 바꾸겠다는 발표를 했다. '문법적으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이 많았던 표현이기도 했다. 치밀한 준비가 이뤄져 시대가 이끄는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미래 가치가 잘 담겨서 오랜 시간 대표되고 기억될 수 있는 의미의 새로운 명칭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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