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딸' 만나 "극렬팬덤, 우린 그런 수준 낮은 사람들 아냐"

김형섭 2022. 8. 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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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경기 당원·지지자 만남…"우리가 설득해 공감 얻어야"
"저는 진보라기보다는 사실상 보수에 가까운 사람"
"국민·당원 합리적 요구 받아들이는 게 정치인 역할"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2.08.2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24일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지지자들을 만나 "극렬팬덤 뭐 어쩌고 그러는데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수준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경기 수원 장안구민회관에서 진행된 경기 지역 당원 및 지지자들과의 만남에서 "정치나 사회 활동, 공동체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지층에게 공감하는 층을 늘리는 게 바로 정치 아니겠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우리가 설득해서 공감을 얻어야 될 상대방한테 험한 표현을 하면 공감하겠냐. 원수를 사지 그걸 모르겠냐"며 "그래서 그런 것들도 안 하는 게 훨씬 낫다. 우아한 표현으로 꽃도 갖다 드리고 '잘 하십니다' 이런 것도 하고 그런 게 좋잖냐"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아홉 가지 단점이 있어도 한 가지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장점을 많이 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단점을 많이 찾으면 삶이 나빠진다"며 "그래서 이 디테일에 우리는 좀 강해야 한다. 그게 진짜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생각으로 제가 디테일 중에 하나를 여태까지 강조한 게 기사에 공감 하나라도 누르라는 것"이라며 "누구는 돈 줘서도 하잖냐. 기사 1개에 240원이라는 얘기도 막 떠돌던데 댓글 알바가 진짜 있긴 있나 보다. 하여튼 예를 들어 단가가 500원이라고 치면 우리가 10번 누르면 5000원 번 것인데, 남들은 먹고 살려고도 하는데 우리 어차피 하는 김에, 이것만 하란 것은 아니고 이런 작은 실천이 모이면 역사를 만든다"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언급은 개딸로 불리는 팬덤 정치에 대한 당내 비판과 견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또 "저는 좌파가 아니다. 그래서 그리고 진보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사람"이라며 "그냥 저는 이 수구적인 기득권 사회, 비정상인 사회를 조금이라도 정상 사회로, 상식 사회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저는 진보라기보다는 상식과 원칙의 회복을 바라는 사실상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이 기울어져 있으니까 똑바로 서도 왼쪽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라며 "제가 서 있는 것 자체가 중간이 아니고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서 있는 땅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세상을 제대로 펴면 아마 언젠가는 제대로 보이지 않겠냐"고 했다.

당원·지지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법사위원장을 가진 제도적으로 강력한 야당 대표를 준비시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한 당원의 말에 이 후보는 "법사위원장 문제는 사실 저는 넘겨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는데 정치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가 보다"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제가 0.5선인데 의원 워크숍에서 할 말이 있겠냐. 그리고 저한테 출마하지 말라는 소리만 하고 막 그러니까 내가 그때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며 "자세히 이제 들어보니까 또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더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를 할 때 우리가 적극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우리가 단단해지지만 위축된다"며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소위 말하는 집토끼를 잡으려고 하다 보면 산토끼를 놓친다. 또 산토끼 잡으러 열심히 가면 집토끼가 도망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적으로 볼 때 우리가 모든 전투에서 이겨야 전쟁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은 전략적으로 전투를 져주기도 한다"며 "이제 앞으로도 우리가, 특히 제가 이런 일을 많이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압도적 다수의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우리 국민들께서 저한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저는 대충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앞으로 만약에 여러분의 도움으로 당 대표가 우연히 된다면 수없이 많은 결정을 해나가고 또 결단하고 판단해야 될 텐데 그때 바로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적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왜 저것도 못해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외연을 넓히는, 전체의 공감을 늘려가는 한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특히 선택과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라며 "혹시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 책임질까 두려워서 결정을 안 하는 게 제일 나쁜 것이고 열심히 결정을 피하지 않고 집단 지성과 전문가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 폐지 주장과 관련해서는 "대의원 폐지 얘기는 저는 아직까지 최종 결론을 못 냈다. 권리당원만 있는 조직이 과연 정당 운영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일까"라며 "당원들이 수시로 모여서 결정하고 거기에 일정한 권한을 상황에 따라서 부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현재 단계로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이게 이명박 대통령 때 '비핵개방 3000'하고 별로 다른 게 없다"고 혹평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친명계의 지지를 받아 온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는 당원·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인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면서요.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면서요"라며 "그러면 소위 말하는 정말 잘못된 우중(愚衆)의 판단이나 결정이 아니라면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 국민, 그리고 당원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거나 주장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그 주인의 대리인(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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