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는 세계적 흐름..'정쟁'에 막히면 안 된다

박상영 기자 2022. 8. 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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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윤 정부 ‘전력 수급 불안 원인’ 지목
감사원 조사 예고…탄소중립 흔들
유럽 탄소세·대기업 RE100 확대
“출력 변동성 줄이는 방안 연구를”

올 상반기 제주도에서는 태양광발전이 20여 차례나 멈췄다. 햇빛이 좋아 태양광발전 효율이 높은 봄철에 송·배전망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서 전력 과부하 우려에 강제로 발전을 막는 출력제어에 나선 것이다. 풍력발전도 올해 출력제어 횟수가 60차례에 달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설비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10년 뒤에는 육지에서도 이 같은 출력제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지난 23일 “최근 발전 비중이 높아진 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효율성을 높이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정조준했다. 제주처럼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린 것이 전력 수급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감사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RE100(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 등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해 이번 단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자칫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감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재생에너지 계획을 폐기하면서 예고됐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재생에너지는 보급 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겠다”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30년까지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내세운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국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중 목표치를 먼저 정하고 보급에 주력했다며 비판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과도하게 늘리면서 전력 수급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본다. 최근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원인으로 재생에너지를 지목 했다.

사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쭉날쭉한 단점이 있다. 반도체 공장처럼 24시간 내내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산업 생산설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전량이 예측보다 적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력를 확보해야 하고, 반대로 발전량이 예측보다 많은 경우에는 그만큼 전력 생산을 멈추거나 소비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은 늘리되, 이런 단점은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은 RE100에 이미 참여했거나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특정 제품을 만들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추가로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는 지난해 전력량에서 태양광과 풍력 비중은 4.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 양수발전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ESS에 대한 지원은 석탄발전 등 타 발전원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을 통해 흩어져 있는 전원들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도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제주도의 사례처럼 공급망 과부하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화력발전도 출력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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