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방식·무정산 합의' 평행선..진전 없는 "망 사용료" 소송

넷플릭스-SKB '망 사용료' 항소심 5차 변론
망 연결 업무 담당 SKB 실무자 참석..기존 쟁점 반복

지난해 11월4일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 중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재판이 기존 쟁점의 무한 반복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사 간의 망 연결 과정에 관여한 실무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렀으나 기존 쟁점을 반복하는 데에 그쳤다.

2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의 5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인터넷 망 구축·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 측 엔지니어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약 3시간 반에 걸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A씨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연결 지점을 지난 2018년 도쿄, 2020년 홍콩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했다.

양사는 이날도 연결 방식과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논쟁을 이어갔다. 넷플릭스 측은 양사 간의 연결 방식이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후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별도로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정산 합의가 이어졌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초기에 퍼블릭 피어링으로 연결된 것은 맞지만 이후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로 인해 대용량의 트래픽이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동영상 재생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왔고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간의 직접 연결 즉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변경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회사로부터 넷플릭스 동영상 품질이 저하됐다는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라고 지시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연결 방식을 기존 무정산·다자 간 방식에서 양자 간 직접 연결로 변경하기 위해 넷플릭스 측에 연락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넷플릭스 측 실무자에 트래픽 문제로 인해 넷플릭스 동영상 품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양자 간의 직접 연결을 추진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가 보낸 이메일에 망 이용대가에 관한 언급은 없었는데 이를 두고 A씨는 엔지니어로서의 직위에 따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했고 비용 정산은 다른 팀의 소관 업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A씨가 비용 정산에 대한 논의 없이 연결 방식을 변경하는 권한이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의 결정 방침을 기업 본부로부터 구두로 전달 받았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측은 이날 사업자 간에 주고 받는 효용이 비슷하면 무정산으로 피어링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A씨는 "서로 동등한 규모의 사업자거나, 주고 받는 효익이 비슷한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명시적인 무상 합의가 있거나 세틀먼트 프리 인터커넥션(SFI)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8년 10월 넷플릭스 측에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 사실상 망 사용료를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 논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다음 증인신문 기일은 10월12일 오후 2시4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g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