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제복지원 국가폭력 인정, 진실 다 밝히고 피해 구제해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4일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권력의 개입·지원·묵인하에 불특정 민간인을 부랑인으로 지목해 적법절차 없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구금함으로써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동과 온갖 가혹행위는 물론 성폭력·사망·실종 등 허다한 인권 유린을 당하는 동안 국가는 묵인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 35년 만에야 비로소 국가기관이 공식 조사를 통해 기본적인 진실이 규명된 데에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며 생존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진실화해위가 지난해 5월부터 1년3개월간 진행한 조사 결과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강제노동, 구타 등 학대로 인한 이 사건의 사망자 수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 많은 657명으로 확인됐다. 또 형제복지원이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시·군·구청 합동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을 형사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복지원에 보내고 무기한 강제수용하게 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알면서도 묵인·방조하거나 이용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1981년 10월 걸인을 일제단속하고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한 피해자 가족은 정부에 수사를 촉구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당하고 실형까지 받았다. 1986년 보안사령부는 간첩 용의자를 감시하기 위해 부대원을 수용자로 위장 침투시키기도 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도 보건사회부는 공공의 안정 질서를 위해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가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데 개입해 놓고도 사후에 진실을 외면하고, 심지어 감추기까지 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피해자들의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정부는 진실화해위의 권고에 따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함께 배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추가 조사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를 더 확인하고 공권력에 의한 사건 은폐·왜곡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 지난 과오를 씻고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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