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전문의가 본 우영우의 뿌듯함과 봄날의 햇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늘 아침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마지막 대사다. 이상한>
병원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많은 정신장애인과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직장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있는 일인지 경험하는 필자에게는 우영우가 느끼는 뿌듯함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김성완 |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오늘 아침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대사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극중 주인공이 정규직으로 재계약한 뒤 출근하며 회사 회전문 앞에서 이렇게 외친다. 이 드라마는 여러 논쟁적인 소재를 다루기도 하고 다양한 갈등구조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마지막은 거창한 어떤 것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직장생활을 해가는 주인공이 느끼는 뿌듯함이었다. 병원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많은 정신장애인과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직장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있는 일인지 경험하는 필자에게는 우영우가 느끼는 뿌듯함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영우는 마지막화에서 ‘회사생활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한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정신장애인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애와 관련해 불평을 듣기도 하고, 업무처리가 느리다며 질책을 받기도 한다. 사람들과 소통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부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활동보다 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보호자들도 있다.
하지만 초기 적응 과정을 무사히 넘기면 업무역량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돼 직장에서 당당하게 한 사람 몫을 하게 된다. 건강도 한결 좋아져 어떤 약이나 상담기법보다도 직업활동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되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직업훈련이나 재활치료 과정보다 직장에서 부딪히며 경험하며 성장하는 부분이 훨씬 크다. 필자가 정신장애인들에게 직장생활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유다. 실제 필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나 청년정신건강센터 마인드링크에서 만나는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및 다양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70% 가까이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은 어떤 어려움이나 불편 없이 살아가는 상태가 아니라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자립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고, 이를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하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촉진하는 법이 우리 사회에 있지만 공공기관조차 정해진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해 부담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극중 우영우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한동안 취업을 못 했던 것처럼 정신장애인의 취업은 특히 더 어렵다. 우리 사회 시스템과 장애에 대한 차별 때문에 장애인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줄이고 ‘다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이 드라마는 크게 기여했다.
드라마 초반 변호사 우영우는 주변의 과도한 비난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사표를 낸다. 이때 신입 직원 우영우가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주는 상사와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친구와 동료가 없었다면 ‘뿌듯한’ 결말이 가능했을까? 우영우가 직장에 잘 적응해 해피엔딩을 맞은 것은 그의 천재성만큼 좋은 동료들과 환경의 영향이 컸다.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 속 좋은 상사와 친구와 동료가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도 누군가의 ‘봄날의 햇살’ 같은 좋은 동료가 돼줄 수 있다. 우리 곁에서 장애를 갖고 사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이는 다시 따뜻한 환경으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드라마를 계기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좀 더 따뜻해지고,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건희 팬클럽’ 대통령실 내부정보 또 유출…“XX시장 방문”
- “해양생물 90% 멸종될 것”…당신이 안 변하면 현실이 된다
- ‘세 모녀’ 주검 받아준 이 아무도 없었다…결국 무연고 장례
- [단독]‘이해충돌 논란’ 조명희 의원, 가족회사 소속 협회서 고액 후원금
- 이준석 “윤 대통령 유감 표명했다면 여기까지 안 왔다”
-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를 닮기 바란다 / 권태호
- 7살, 냉동차에 실려 도착한 지옥…“머리 박혀 다리 이층침대까지”
- “김건희 여사 수사할 수 있나”…공수처장 “네, 검토 중입니다”
- ‘우영우 팽나무’ 실제 천연기념물 된다
- 박은빈, 대본에 새 고래 나오면 “헉”했다…‘우영우 시즌2’는 물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