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노동의 감옥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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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코린느 마이어는 2004년 회고록 '게으름아 안녕'을 출판해 프랑스전력공사에서 자신이 낭비하며 보낸 수많은 시간을 폭로했다.
회사에서 보내면서 한 일이 얼마나 없었는지,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멍청하고 무의미했는지 고백했다.
이밖에 책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다양한 노동의 문제를 조명한다.
문제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하며 노동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대안들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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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펴냄
프랑스 경제학자 코린느 마이어는 2004년 회고록 '게으름아 안녕'을 출판해 프랑스전력공사에서 자신이 낭비하며 보낸 수많은 시간을 폭로했다. 회사에서 보내면서 한 일이 얼마나 없었는지,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멍청하고 무의미했는지 고백했다. 책은 25만부가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그는 프랑스전력공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마이어의 회고록은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현대 지식노동에 대한 통렬한 문제 제기여서다. 현대인은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두 저자는 이것을 '가짜 노동'이라 부른다. 책은 그 가짜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들은 가짜 노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실질적인 통계 자료 외에 노동 전문가와의 인터뷰, 다양한 조직에서 가짜 노동을 깨달은 사람들의 솔직한 증언 등을 통해 왜곡돼 있던 노동의 실체를 벗긴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는 점에서 '노동철학서'라 할 만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차차 벗어나면서 재택근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사람들이 업무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재택근무를 할 때 두세 시간만에 끝낼 수 있었던 일들을, 사무실에서는 몇 배의 시간을 더 들여도 끝내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의문이 솟아나기 시작한 건 당연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인가?' 저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일에 대한 이런 의심, 불안과 불만족은 '바쁘다'는 핑계에 가려져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 원인을 알아차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책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다양한 노동의 문제를 조명한다. 문제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하며 노동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대안들도 제시한다. 책을 통해 노동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왜곡된 인식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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