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고점찍었나] 원화 약세·수입물가 상승.. '9월 물가 고점' 낙관 일러

문혜현 2022. 8.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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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대인플레 4.3%P
美 소비자물가 둔화 불구
英 10%대 등 유로존 최고수준
오늘 한은 금통위 금리결정 주목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물가 정점 신호'가 포착되면서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당기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크고, 원자재 가격 또한 반등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물가 고점' 갑론을박 =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4.7%)보다 0.4%포인트(p) 내린 4.3%으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올 하반기 물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듯하다"며 "최근 유가 등이 소폭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발표됐을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3% 언저리가 거의 정점에 가깝고, 현재로선 시간이 지나며 안정되고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9월~10월이 되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연간 물가상승률 수준에 대해 "(연)평균으로 보면 5%를 조금 넘을 수 있겠다"며 "9~11월 물가 수준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5% 안팎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원자재발 국내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 등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5.7% 각각 올렸다. 완구업체 손오공도 지난 6월 장난감 가격을 평균 20% 인상했다.

글로벌 물가 고점론에도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둔화했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상승세라는 것이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10.1% 올랐다. 1982년 2월 이후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외 불안 요소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점을 치더라도 이후에 내려가는 속도나 어디까지 내려갈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 고점이 지났다고 해서 상승 압력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25일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 정도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가 빠르게 하락했지만 연평균 유가는 아직 지난 5월 한은이 예상한 유가 수준인데다 농산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고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은이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릴 듯 = 2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선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역대 첫 4회 연속(4·5·7·8월)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6%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미 우리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면 물가·환율 등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약간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 대응 차원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연 2.25∼2.50%)는 한국(연 2.25%)보다 높아진 상태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여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물가뿐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도 함께 커진 만큼 한은이 무리하게 두 달 연속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으로서도 0.5%포인트를 올리기에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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