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농심 24년 만 적자는 마케팅비용 탓?..결국 라면값 인상

박규준 기자 2022. 8.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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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저희가 주목한 유통가는 라면 업계입니다.

라면 업계 부동의 1위 농심 관련 소식 취재기자가 아이템으로 갖고 왔는데요.

내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가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농심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라면 등 라면은 물론 과자값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경쟁사들의 2분기 실적은 좋게 나와 농심의 실적 부진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재료값도 오르고 환율도 올라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인데, 취재를 좀 더 해 보니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고 합니다.

박규준 기자, 먼저 농심의 최근 실적부터 다시 짚어주시죠.

[기자]

국내와 해외 자회사들까지 다 합친 연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16% 늘었는데요.

영업이익은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별도기준 국내 실적이 충격 수준으로 안 좋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30억 원 영업적자를 봤는데요.

농심이 국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앵커]

해외에서 장사는 괜찮게 한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왜 적자가 난 겁니까?

[기자]

우선 라면 만들 때 들어가는 밀가루와 팜유 등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2분기 농심의 적자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실 국내시장에서 농심은 매출에서 원가 부담인 원재료 비용을 뺀 매출총이익은 1,340억 원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동기보다 8%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게 마이너스 30억 원이 된 건 판매관리비로 1,370억 원을 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0억 원을 더 썼습니다.

판매관리비 내역을 보니 마케팅 비용인 광고선전비가 전년 대비 40%,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운송보관 등 물류 관련 비용은 20% 수준 늘었습니다.

보통 기업들은 실적이 안 좋을 땐 판관비를 줄이려고 애쓰는데 농심은 오히려 이 비용을 늘린 겁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라면 등 시장이 매출 성장이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고, 붐업(boom up)을 위해서, 광고선전비를 더 쓴 것이고, 실제로 매출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저도 관련 기사를 봤거든요. 농심 말고 다른 라면 회사들은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고요?

[기자]

경쟁사인 오뚜기와 삼양은 큰 폭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2분기 연결기준 오뚜기는 32%, 삼양은 92% 영업 흑자를 거뒀습니다.

원가 부담이란 악조건은 이들 회사도 똑같았는데, 사업 구조상 이득을 봤다는 평가입니다.

수출 비중이 약 70%인 삼양은 고환율 상황에서 환율 이익을 많이 봤고요.

오뚜기는 라면 매출 비중이 25%로 높지 않아 소위 한 사업에 '몰빵'했을 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농심은 라면 비중이 약 80%로 압도적이고, 수출 비중은 10% 수준입니다.

[앵커]

가뜩이나 해외 사업 비중이 낮아 이 부분을 만회해도 모자랄 판에 악재도 터져 나왔다고요?

[기자]

네, 수출용 라면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신라면 레드'에서 유럽연합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돼, 해당 제품들이 회수된 바 있고요.

3월엔 이탈리아에서 팔린 '신라면 김치'에 대해, 작년 8월에는 독일에서 팔린 '해물탕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회수 조치됐습니다.

K라면 발암물질 논란이 커진 지 2년이 되도록 유럽이 잔류농약이나 발암물질 기준이 까다롭다는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신동원 농심 회장으로선 24년 만의 적자에 공들이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경영 능력이 심판대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하반기에는 경영 상황이 좀 괜찮아질까요?

업계에서는 농심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농심이 추석 이후 9월 15일부터 라면과 과자 가격을 올리기로 한 만큼,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심이 공개한 가격 인상 내용에 따르면, 출고가 기준 라면은 평균 11.3%, 과자는 평균 5.7% 오릅니다.

업계에선 농심이 해외나 수출용 판매가격까지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이게 실현된다면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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