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박진 외교 100일
오전 9시 회의를 앞두고 1분 전에 들어온 박 장관은 싱가포르·중국 장관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어 'ㅁ'자 모양으로 세팅된 테이블을 돌면서 17개국 장관과 일일이 환담을 나눴다. 누가 보면 호스트가 박 장관이라고 착각할 정도. 반면 하야시 외무상은 회의 시작 10분 전에 미리 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긴 테이블 중간에서 홀로 자료를 넘겨보던 그는 박 장관을 보자 엷은 미소를 띠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양국 장관은 한 번도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을 때 두 사람이 벌써 이렇게 가까워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지난주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장관은 그간 33개국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사흘에 한 번꼴로 외교장관회담을 한 셈이다. 미·일 외교장관과는 5월 취임 이후 매달 한 차례씩 만났다. 한국을 떠나는 외교사절들도 일일이 챙긴다. 예전엔 차관 업무였는데 장관이 직접 만나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장관 주말 산행에 따라나선 대사들까지 생겨났다.
주한 외교사절들 사이에 박 장관은 '에너제틱 박진'으로 통한다. 친화력 좋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교장관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략'도 중요하다. 이제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 까칠해진 한중 관계까지 녹여낼 박 장관의 전략이 나와야 할 때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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