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박진 외교 100일

한예경 2022. 8.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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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장. 총 18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이날 회의장엔 시작 전부터 각국 언론의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대만·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중·러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부터가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 외교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은 시차를 두고 입장해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주목을 받은 장관들은 따로 있었다. 한국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오전 9시 회의를 앞두고 1분 전에 들어온 박 장관은 싱가포르·중국 장관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어 'ㅁ'자 모양으로 세팅된 테이블을 돌면서 17개국 장관과 일일이 환담을 나눴다. 누가 보면 호스트가 박 장관이라고 착각할 정도. 반면 하야시 외무상은 회의 시작 10분 전에 미리 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긴 테이블 중간에서 홀로 자료를 넘겨보던 그는 박 장관을 보자 엷은 미소를 띠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양국 장관은 한 번도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을 때 두 사람이 벌써 이렇게 가까워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지난주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장관은 그간 33개국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사흘에 한 번꼴로 외교장관회담을 한 셈이다. 미·일 외교장관과는 5월 취임 이후 매달 한 차례씩 만났다. 한국을 떠나는 외교사절들도 일일이 챙긴다. 예전엔 차관 업무였는데 장관이 직접 만나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장관 주말 산행에 따라나선 대사들까지 생겨났다.

주한 외교사절들 사이에 박 장관은 '에너제틱 박진'으로 통한다. 친화력 좋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교장관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략'도 중요하다. 이제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 까칠해진 한중 관계까지 녹여낼 박 장관의 전략이 나와야 할 때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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