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의 노력이 결실 이뤘으면".. 열기 뜨거웠던 금융권 채용박람회

진상훈 기자 2022. 8.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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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개 금융 기관 참여
박람회 참여 인원 1만5000명 추정
금융권 채용 축소에 구직자 불안 가중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어 특성화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지금껏 신용보증기금 입사를 목표로 여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꼭 꿈을 이루고 싶다.”

24일 오전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서현아(19)양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서양은 대학 진학 대신 금융회사 취업을 목표로 행사에 참석해 정장 차림의 대다수 구직자 사이에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겨 다녔다.

24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날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공기업과 협회 등 58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에서는 현장 면접과 채용설명회, 메타버스 모의면접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1만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오전부터 행사장인 DDP 입구는 정장 차림의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0시 박람회가 시작되자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들고 바쁘게 각 금융사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즉석에서 현장 면접이 진행되는 회사의 부스 앞에서는 일렬로 나열된 의자에 앉은 구직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꼿꼿하게 앉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구직자들은 1분 자기소개를 수차례 계속 연습하거나,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고 표정을 푸는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긴장을 풀기도 했다.

24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현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대부분 3년 만에 얼굴을 맞대고 여러 정보를 듣고 궁금한 점에 대해 소통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KB증권 부스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온 고윤원(25)씨 “취업준비생은 평소 현직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평소 관심이 컸던 증권사의 부스에서 현직 선배들에게 기업의 인재상, 면접 팁 등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IBK기업은행과 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 등은 현장 채용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은행 현장 채용면접에 참여한 강서연(27)씨는 “미리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다음 면접에서도 한층 자신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24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금융권 면접을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모의면접관’도 구직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모니터에서는 면접관들이 앉아 사전에 지원한 면접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현승(26)씨는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면접인데도 긴장이 돼 말을 더듬기도 했다”며 “요즘 비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곳이 많은데 메타버스 모의면접이 좋은 ‘모의고사’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 취업 문이 좁아진 데 대해 걱정하는 구직자들도 많았다.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김정환(28)씨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한 지 2년이 됐는데, 채용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금융사 취업을 원하는 경쟁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전했다.

24일 서울 광희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이 디지털·비대면 서비스의 비중을 높이면서 인력 채용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공채 규모는 2018년 2584명, 2019년 2158명, 2020년 1119명, 2021년 1382명으로 줄곧 감소 추세다.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하반기 채용 일정·규모를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일반 공채 대신 디지털·IT 인력을 수시 채용하는 데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앱 서비스 기획·운영직 공고를 냈고 KB국민은행도 디지털·IT 업무직(데이터 엔지니어, AI 등)을 수시로 뽑을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블록체인·데이터 인력을 찾고 있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공채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번 박람회에서 얻는 채용 정보가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회사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희망하는 회사에 집중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학점이나 어학 점수 등 기본 요건은 구직자들이 워낙 잘 준비해 오기 때문에 회사의 인재상과 직무 관련 업무의 특징 등 실질적인 정보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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