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무역적자 당분간 지속..배터리 원자재 수입 2배로 증가"

송광섭,박동환 2022. 8. 24.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중 수교 30년 경제진단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
통상전략 새판 짜야할 시기
반도체 패권 노리는 한국
팹4 참여는 실보다 득 커
공급망 차질 위험 줄이고
美·日 설계·부품 R&D 교류
관련 인재 육성 효과도 기대
中 직접 보복 가능성은 낮아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왼쪽부터)이 팹4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중(韓中)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0여 년 동안은 상호 보완적 분업을 통해 동반 성장했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미·중 패권 경쟁을 계기로 미래 첨단 산업에서 경쟁적 관계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은 사라졌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듯 대중 무역수지는 4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경제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에 대해 "급변하는 한중 관계에 따른 새로운 통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성 교수는 한중 수교 성과에 대해 "2000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중국과의 교역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중 수출 확대로 한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한중 경제협력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며 "이를 극복하는 일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 연구위원은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경제적 기회'로서 중국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졌다"며 "그 반작용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달라진 한중 관계의 단면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대중 무역적자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쌍순환 정책(내수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 아래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경제 체제를 내수시장 중심으로 바꾸면서 반도체·배터리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필요로 하는 산업이 아니라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중 무역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성 교수는 "대중 수출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이 수입은 20~30% 늘어났다"며 "배터리 관련 원자재·중간재 수입이 최근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올 상반기 대중국 수입액은 72억50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38억3000만달러) 대비 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의 수입액도 11억1000만달러에서 21억8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는 "'K배터리' 경쟁력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어 '나쁜 적자'는 아니다"면서도 "지나친 대중 의존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중 관계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팹4(한국·미국·일본·대만 4자 간 반도체 협의체)'에 대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를 떠나 미래 성장성이 큰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팹4 참여가 필수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신(新)냉전' 구도 장기화에 따라 새로운 통상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팹4라는 아주 중요한 반도체 협의체가 생기는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만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팹4 주요 목적이 새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여기서 빠지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팹4 참여를 통해 한국이 얻는 이익도 매우 크다"며 "참여국들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 팹4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팹4 참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중국이 직접적인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우 연구위원은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를 대규모로 사고 있는데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한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직접적인 보복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중국 반도체산업도 한국과의 협력 없이는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한다 해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팹4 참여국 간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오히려 중국은 한국을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팹4 논의가 본격화되면 신규 투자와 인력 교류, 연구개발(R&D)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우 연구위원은 "팹4가 미국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논의 과정에서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 투자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한국 기업의 핵심 시설까지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만 해외로 갈 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팹4(Fab 4) : 반도체 공급망 협업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협의체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팹은 반도체 제조공장을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s)의 약자로 '팹4'는 반도체 제조 주요 4개국(한국·미국·일본·대만)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칩4(Chip4)'란 단어와 혼용되고 있으나 해외에선 '팹4'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