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되는 것'이지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겨레 2022. 8.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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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월간 풍경소리]

이현주 목사와 김민해 목사. 순천 사랑어린학교 제공

영적 스승이신 이현주 목사님의 초대로 4월 성경 강좌에 참석했다. “잘 잤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네” 하며 모두 웃었다. 여기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잤다’는 뜻입니다. 보통의 경지를 초월한 표정을 지으시며 강의를 시작하셨다.

커피콩을 분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른손을 움직여 원두를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른손이 일하기 위해서는 왼손이 커피 그라인더를 잘 잡아야 합니다. 즉 원두를 잘 갈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손보다 잡는 손이 더 중요합니다. ‘잡아 주는 힘’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사람은? 어떻게 여기 앉아 계십니까?” 잠시 우리의 답을 기다리셨다. 그리고 알려주셨다. 누군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 무엇을 하든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 하느님을 믿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을 의식하고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장20절) 그분이 내 안에 사시고 나를 쓰신다는 사실은 영광입니다. 하느님이 내 안에서 일하시니 범사에 감사합시다. 하느님은 살아 계시는 선한 분입니다.

일이 잘되었다고 우쭐거리지 맙시다. 세상의 평가에 흔들리지 맙시다. 판단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자유인’입니다. 어떤 상황, 어떤 평판이든 환영합시다. 처음엔 모릅니다. 지나면 그게 ‘은혜였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프고 억울하다고 해도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한참 말씀하시다가 ‘아멘’도 하지 않냐고 물었다. 모두 웃으며 ‘아멘’이라고 크게 합창했다. ‘아멘’은 ‘옳소’라는 뜻입니다. 이슬람은 ‘아민’이라 하고 인도에서는 ‘옴’이라 합니다.

‘세상 걱정과 하느님의 나라’(마태 6장25절~34절)에 관한 성경 말씀을 읽었다. ‘하는 것’과 ‘되는 것’을 착각하지 마십시오. 되니까 하는 것입니다. 숨 쉬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되니까 숨 쉬고 용서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쥐뿔도 없습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셔야 합니다. 왼손이 그라인더를 잘 잡아야 오른손이 움직이듯 하느님이 지은 세상도 그렇습니다. 세상에 나쁜 건 없습니다. 하느님께 개조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예수님처럼 살겠다고 마음을 먹을수록 기도하십시오.

바리새인이 죄인들과 밥을 먹는 예수를 책망했습니다. 예수님은 죄인이 아니라, 병들고 아픈 사람과 밥을 먹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눈으로, 예수님의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어린이들이 천국에 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의 마음입니다. 어린이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와 의를 구하십시오.

이현주 목사(가운데)와 함께하는 순천 사랑어린학교 공부 모임. 사랑어린학교 제공

우리 중 한 분이 어떻게 걱정을 않고 살 수 있냐며 ‘걱정은 생존의 실존’ 아닙니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십시오. 주의 기도에서 하늘의 뜻이 ‘이 땅에’를 ‘이 몸에’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도하십시오. 하느님 나라를 구하고 선행할 때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십니다.

돈 때문에 일하지 마십시오. 일 자체를 열심히 하면 아버지의 나라가 이루어집니다. 말로 한다, 하고 안 하면 사기입니다. 내 돈이라고 마음대로 쓰지 마십시오. 하느님 뜻과 의를 구하십시오.

고인 된 목사님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영종도에서 예배당을 짓고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예배당 가운데에 ‘이 성전을 당신께 바치나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말씀했습니다. “이 예배당이 네 것이냐, 다 하느님 것인데 네가 하느님께 줘?” 우리 모두 웃었다.

하늘로 가는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친구가 돈을 빌리고 ‘내일’ 갚는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돈을 주라고 하니 또 내일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내일은 실제로 머리로만 존재합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사십시오. 품은 마음이 몸으로 구체화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선택한 일을 목숨 걸고 해보십시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복음 7장1~2절)를 읽었습니다. 비판을 견주어봅시다. 싫은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마십시오. 이것을 실천하는 게 어렵더라도 하는 척이라도 해보십시오. 그게 익어가면 저절로 됩니다. 세상을 보는 눈, 나를 보는 눈, 쉽게 비판하면 습관이 됩니다. 또 하느님이 원하는 명령을 어깁니다.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을 거역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았다고 하지만 부분밖에 알지 못합니다.

동지들이 김지하 시인이 변절자라고 말할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민주화가 인간보다 더 소중합니까. 남을 판단하지 마십시오. 세상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해도 상처받지 마십시오. 판단하지 않음이 자신을 위한 길입니다. 예수님 앞에서 매일 매일 죽어야 당신의 길을 따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이 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실패하고 좌절해야 성숙해집니다.

어둠은 없습니다. 눈이 바꾸어 세상을 제대로 보십시오. 나를 개조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안경이 안경을 못 닦는 것처럼 스스로 개조할 수 없습니다. 주인이 나를 바꿔주어야 변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십시오. 나쁜 놈도, 악도 없습니다. 악인이 있다면 그를 통해 우린 단련합니다.

닭이 모이를 주워 먹습니다. 그런데 모래도 주워 먹습니다. 모래는 닭의 모이를 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닭처럼 모래와 같은 인간이 우리를 만듭니다. 나의 눈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성경에 나온 탕자의 비유처럼 하느님은 죄 지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윤동주 시인이 24살 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길을 걸어갑시다. 하느님께 당신처럼 세상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하느님 나라를 구하는 방법입니다. 죽으나 사나 예수님 뜻대로 삽시다. 당장은 아니라도 세월이 흐르면 이러저러한 일 겪고 돌아보니 모두 은총이고 사랑이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설령 아파도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거짓 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웃읍시다. 우리가 땅에 태어난 이유입니다.

두 시간의 강의가 물 흐르듯 지나갔습니다. 깊이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할 때, 그를 좋아하기까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는지, 그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더 필요할지를 찾아봤습니다. 하물며 하느님을 이해하기까지…. 이현주 목사님과 함께 한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글 최백용(순천 사랑어린학교 공동체원)

*이 시리즈는 순천 사랑어린학교 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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