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교 30년 위기의 한·중 관계 돌파구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 틀 아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지속 발전
사드 배치 이후 관계 소홀…동북공정,김치·한복 논란 등으로 국민감정 악화
미·중 패권전쟁 속 윤 정부 '포괄적 한미동맹' 강조로 양국관계 급속 냉각
중국은 경제·안보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이웃…국익 우선 · 실리 외교 절실
30년 전인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인 수교를 맺었다.
6.25 전쟁 당시 서로 총부리를 겨눈 두 나라가 수교를 맺은 것은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잘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북방 외교'를 내걸고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노태우 정부는 중국과의 국교 수립을 통해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였다.
실제로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자 김일성 북한 주석은 격노했으며 이후 북한은 핵개발에 집착하게 됐다.
수교이후 양국의 관계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꾸준히 발전해 왔다.
무엇보다 한·중 수교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엄청났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약 218조7천 억 원으로 한국 수교 직전 해인 1991년과 비교해 무려 162배나 확대됐다.
한중 교역 규모는 30년 동안 47배 급성장해 대중 무역 의존도는 25% 가까이 된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5배, 대일 수출액은 2.4배 증가하는데 그친 것을 보면 지난 30년간 중국이 우리 경제성장에 미친 파급력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데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큰 역할을 한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대중국 외교 틀은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이 아니라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지난 30년간 한국과의 수교에 따른 경제 교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대외 수출입 교역액 규모 상위 3개 국가는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국관계는 수교 이후 협력 동반자관계에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거쳐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꾸준히 격상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지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 방문 단체 관광 통제, 중국내 한류에 대한 통제 등 보복성 조치로 양국 관계는 소원해져 왔다.
여기에 '중화사상'에 따른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왜곡, 김치. 한복 등의 유래를 둘러싼 엉뚱한 원조 주장으로 중국을 보는 국민감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7월 주변국 호감도 조사결과 북한(29.4), 일본(29.0)보다 중국(23.9)에 대한 호감도도 낮았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미·중 패권전쟁의 여파로 양국 관계는 더욱 어색해지고 꼬여가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한국과 대만, 일본을 묶는 이른바 '칩(chip)4 동맹'을 추진 중이다.
또 중국의 대만침략과 남하전략을 막기 위해 한·미·일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 3국 군사동맹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굴기(崛起)'를 선언한 중국에게 '칩4 동맹'은 미래 산업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한 반도체 시장에서 자신들을 퇴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 첨단기술을 확보한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한국의 칩4 가입이 현실화 할 경우 중국이 사드 사태 때 보다 더한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중국은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도 '3불(不) . 1한(限)'을 주장하고 있다.
3불(不)이란 한국 내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을 뜻하고 1한(限)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포괄적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지난 30년간 대중국 외교의 틀이었던 '안미경중'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대안 시장의 필요성을 밝혔다.
최 수석비서관의 말이 비록 맞고 유럽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혀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대중 무역수지가 최근 3개월 연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산업분야 곳곳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경제. 안보적으로 중요한 이웃 국가이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아귀다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우리가 희생양이 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국익이 가장 우선이라는 뚜렷한 원칙을 세우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해 충분한 이해를 구할 수 있는 탁월한 외교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0년 전 수교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실용외교를 통해 국익을 지키고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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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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