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장은 '퀴어 친화적'인가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10월 창원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관리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다.
올해로 4년 차, 노동 인권을 주로 다뤄오던 그가 보기에 퀴어 노동은 유독 '쟁점'으로 드러나지 못한 주제였다.
퀴어에 대한 부당 해고로 노사 분쟁이 된 사건은 없다.
퀴어동네 노무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퀴어 노동자의 고충을 풀어가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창원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관리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다. 지속적으로 당하던 외모 평가에 문제를 제기하자, 관리자가 “당신이 트랜스젠더인 거 다 안다”라고 발언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성소수자임이 회사에 알려졌다.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은 이 사건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은 폭행·폭언·모욕·따돌림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성소수자 아우팅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고 알려진 사례는 없다.
사건을 지켜보던 여수진 노무사(43·왼쪽)는 의아했다. 올해로 4년 차, 노동 인권을 주로 다뤄오던 그가 보기에 퀴어 노동은 유독 ‘쟁점’으로 드러나지 못한 주제였다. 문제가 없는 게 아니었다. 그의 주변만 해도 성소수자 인권에 무지한 조직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공론화가 되지 않는 건 당사자들이 인격적 모독을 참아가면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자체로 차별이 아닌가.”
아우팅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법률 상담 창구가 필요했다. 7월5일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퀴어동네’가 문을 열었다. 주도한 이들은 여수진씨와 같은 공인노무사 여덟 명. 퀴어 당사자와 앨라이(Ally·성소수자 편에 서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로 구성되었다. 여수진 노무사는 올해 초 수습 노무사 활동 모임인 ‘노동자의 벗’에서 김시운 노무사(28·오른쪽)와 최유정 노무사(29·가운데)를 처음 만났다. 처음 퀴어동네를 만들 때 “왜 굳이 공적인 일터에서 커밍아웃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를 꺼려하는 당사자들도 있었다. 김시운 노무사는 성소수자에게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직장에서 공개할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철저히 숨기도록 ‘강요된다’는 것이다.
퀴어에 대한 부당 해고로 노사 분쟁이 된 사건은 없다. 없다기보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 7월15일 퀴어동네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진행한 ‘월급쟁이 퀴어들의 대나무숲’에 나온 이야기들이 그랬다. “제 여친, 남친 만들지 마세요” “경찰도 퀴퍼(퀴어 퍼레이드)에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오고 싶다고!” 등. “동성 반려자에 대한 복지제도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 결혼휴가나 가족수당은 이성애 부부에게만 준다.
퀴어동네 노무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퀴어 노동자의 고충을 풀어가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최유정 노무사는 “퀴어 노동자가 차별에 맞서고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아우팅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적 인정을 받는다. 지금 퀴어동네의 노무사들은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길 기다리고 있다. 노무 상담은 이메일(QQdongne@gmail.com)을 통해 무료로 진행된다. 많지는 않지만, 상담 신청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