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높은 곳에 살수록 생존 가능성이 올라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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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잠을 자던 영아도 익사했다. 여섯 살 난 아들과 엄마는 몸을 피했지만 다시 진흙탕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웃인 조정희씨(46)는 그날 오후 어린아이의 시신이 수습되는 걸 지켜봤다. 진흙더미 속에서 아이가 발견됐다. "정말 끔찍했다." 조씨가 몸서리를 쳤다.'
8월8일의 폭우로 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경보 발령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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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잠을 자던 영아도 익사했다. 여섯 살 난 아들과 엄마는 몸을 피했지만 다시 진흙탕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웃인 조정희씨(46)는 그날 오후 어린아이의 시신이 수습되는 걸 지켜봤다. 진흙더미 속에서 아이가 발견됐다. “정말 끔찍했다.” 조씨가 몸서리를 쳤다.’
최근의 수해를 다룬 기사가 아니다. 누군가 11년 전 기사를 발췌해 보내주었다. 2011년 7월 서울에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났고 16명이 사망했다. 우면산과 인접한 전원주택 단지에 기자들이 모였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집 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다 안 되겠다 싶어 몸을 피하니 순식간에 차오르더라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받아적었다.
8월8일의 폭우로 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그중 한 명은 장애인이고 그의 자매인 또 다른 한 명은 백화점면세점 하청업체 노조 간부로 알려졌다. 한 명은 초등학생이다. 자다가 변을 당한 것이 아니다. 119에 연락하고, 가족과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조되지 못했다. 집에 갇힌 셈이다. 10분, 15분 만에 물이 차올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다.
빗물은 여전히 낮은 곳에 고였다. 재난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또다시 목격했다. 탈출할 타이밍을 놓쳤고 신고 전화가 폭주한 날이라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것은 운인가? 단지 주거 형태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층에 사는가에 따라 재난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면산 산사태로 사망한 주민의 유가족 일부는 서초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초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경보 발령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판결을 찾아보는데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느냐고 말했다. 현장 사진은 홍보 포스터로 활용됐다. 왜 더 일찍 대피하라고 알리지 않았나. 국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무를 이행했는가. 이런 질문을 해야 할 사람은 그날 어디에 있었나. 참사 앞에 질문이 이어진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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