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목숨 건 비행' 언제까지 바라만 볼 건가

김관용 2022. 8. 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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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지난 14일 공군 노후 전투기인 F-4E 전투기가 또 추락했다.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도 F-5E 전투기가 추락했다. 안타깝게 당시 조종사는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F-4E나 F-5E/F는 도입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기종들이다. 2000년 이후 공군 추락 사고 38건 가운데 20건이 이들 기종에서 발생했다. 거의 일 년에 하나씩 떨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 16명의 엘리트 조종사들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모든 사고가 기체 노후화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기종을 몰아야 할 조종사들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조종사들이 “목숨 걸고 탄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도 공군은 아직 약 100대의 노후 기종을 유지하고 있다. 공군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주어진 임무 수행과 훈련을 위해 노후 전투기를 띄워야 하는 공군 지휘부의 고뇌가 느껴진다.

벌써 도태시켜야 할 노후 기종을 아직 운용하고 있는 이유는 신형 전투기가 제때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진행됐지만, 중간에 사업 추진이 불확실해졌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정적 보고서가 결정적이었다. 개발비용이 과다하여 직구매 대비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견해였다. 나중에 사업추진이 결정되었지만, 공급 일정이 10년 이상 미뤄졌다. 그 결과 젊은 조종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비행이 그만큼 연장됐다.

현재 공군에서는 FA-50과 KF-21의 추가 확보 등을 통해 노후 전투기 교체 시기를 계획보다 3~5년 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래 계획은 2032년까지 120대를 공급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노후 기종을 도태시키는데 5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더 걸릴 것이다. 문제는 5년 이상 걸릴 교체기의 위험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공군에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면서 조종사들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노후 전투기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통해 사고위험이 있는 항공기부터 조기 도태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기계가 오래되었다고 못 쓰는 것은 아니다. 상태가 좋은 전투기는 계속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전투기는 조기에 퇴역시키는 것은 공군의 사기와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 물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일부 노후 전투기가 비행에서 제외된다면, 그만큼 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항공기가 줄어든 만큼 임무의 경감도 필요하다. 수원과 강릉에 집중 배치된 F-5나 F-4 전투기가 담당하는 임무와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임무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항공력의 수준이나 전력을 고려할 때, 다소 비행 횟수를 줄인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후 전투기의 조기 퇴역으로 실질적인 전력 공백이 예상된다면, F-16과 같은 전투기를 임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996년에 시리아가 미국으로부터 16대의 F-16을 임대했고, 2000년에는 이탈리아가 34대의 F-16을 5년간 빌려 썼다. 2014년 우리 정부에서도 잠시 검토했던 적이 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 젊은 조종사들은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 노후 전투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러나 더는 임무 수행의 이름으로 이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제 공군 지휘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전쟁을 대비하는 군인으로서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장병들의 목숨을 중시하지 않는 군대는 결코 훌륭한 군대라 할 수 없다. 그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공군 지휘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공군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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