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尹정부와 지방소멸 위기
균형위 → 지방시대위 대체 추진
"균형발전 퇴행" 우려의 목소리
지역이 살아야만 나라가 살아
윤석열정부가 좀처럼 생동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 난맥상에 사상 유례없는 여당 대표와의 갈등에 최고통치권자의 위상은 임기 초반에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등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면 ‘대통령직을 처음 해 보는 것’이라든지, ‘전 정부에서는 더했다’는 식의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는 야당 비판 돌아봤으면 한다”고 결이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는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한 경호 강화 방안을 지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주도적인 제안은 아니었지만, 변화의 서곡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게 민심이다.
세계일보는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기초·광역 단체장들을 만나 정책 비전을 듣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정치적 지향점과 별개로 지역의 미래에 위기감을 표출했다. 인터뷰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은 대통령실과 중앙정치의 도움을 간절히 원했다. 중앙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지역의 간절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방소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상식이 된 상황에서 타당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극명한 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퇴각 흐름이다. 김사열 균형위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새 정부의 ‘지역·지방 시대정책’을 비판했지만, 상황 변화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균형위를 부총리급 행정기구로 격상해도 모자랄 판에 새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행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주변에서도 정부가 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조직 개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균형발전특별법과 자치분권법을 개정하지 않고 일각의 예상대로 시행령을 동원한다면 문제다. 시행령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가 등장한다면 이는 시대의 역주행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방소멸과 지방 문제 대응은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챙겨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균형위 주변의 우려대로 8월 말 위원회 기획단이 해산돼 직원들이 사실상 해임되고, 내년 초에 자치분권위가 일몰조직으로 사라지는 상황이 도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직속 혹은 법률로 정한 위원회를 없애고, 시행령으로 또 다른 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타당하다고 보는가. 시행령을 통한 지방시대위의 우회 조직 신설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고교·대학 동창이 수장으로 있는 행안부의 예산과 조직 규모 키우기 측면으로 해석된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경찰국 신설이 정국 혼란과 대통령 지지도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게 불과 수십일 전이다. 균형위와 분권위의 해제와 지방시대위의 졸속 출범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인가. 방향과 절차를 모두 재고하기 바란다.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수도권 이상으로 지방이 발달했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이 죽으면 궁극적으로 중앙에 뿌리를 둔 정부의 위상도 약화되고, 여의도 정치인들의 지역구도 당연히 사라진다. 균형발전을 통한 지역 활성화는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미래여야 한다.
박종현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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