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부르는 빈곤' 허술한 시스템·행정력에 비극 되풀이

이정현 기자 임용우 기자 2022. 8.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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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광주 대학생 극단 선택..尹 대통령 "특단 조치"
정부 행정력만으로는 한계..민간 인프라 활용도 적극 검토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 사건과 관련, "중증 질환 등 어려운 삶을 이어가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는데, 그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를 찾아 이분들의 어려운 삶을 배려하겠다고 국민께 말씀드렸다"며 "복지 정보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 안 되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8.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임용우 기자 =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또다시 우리나라 복지제도 전반에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숨진 세 모녀가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 한 연립주택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보이고 있다. 2022.8.22/뉴스1 ⓒ News1 최대호 기자

◇위험징후 가구 발굴 노력 있었다면 비극 막았을수도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생활고, 자립에 대한 두려움 등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사망소식이 잇따랐다.

전날 경기 수원시 한 연립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 발견된 데 이어, 광주에서도 보육원 출신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원 세 모녀는 건강문제와 경제난, 광주 대학생은 자립에 대한 어려움 등을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모두 사회안전망이 적극적으로 작동했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데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 이후 정부·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품을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수원 세 모녀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이나 미납했지만,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라 담당직원을 대면할 수 없었고, 이후 사실상 당국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은 전기나 수도요금, 건강보험료와 같은 공과금을 오랜 기간 내지 못하는 경우를 '위험징후'로 판단, 위기가구 사전 발굴대상에 포함‧관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발굴한 위험징후 가구에는 관할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현장조사를 하게 돼 있다.

세 모녀의 실거주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동반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는 송파구 세 모녀 사건 등을 계기로 위기가구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관련 연구용역까지 진행했지만, 역시 바뀐 건 없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날 오후 국무총리 주재 관계부처 회의에서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종합대책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제도 보완책으로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취약계층의 연락처 연계, 복지정보 안내, 홍보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장 9월부터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서 입수하는 위기정보도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한다. 여기에는 중증질환 신정 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신청 여부, 주민등록 세대원 정보가 새로 포함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고도화와 지자체 복지 전달체계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다"며 "모든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복지멤버십과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활용한 상담 및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6만여 가구에 한시생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우산동행정복지센터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0.4.8/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위기가구 찾는 제도, 지원 열악해 운영 미흡보완 절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력은 전 사회적 관심이 수반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확보 외에 사회 곳곳에 드러나지 않은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 행정력만으로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민생위원(Welfare commissioner)이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민생위원법에 따라 구성된 민생위원은 일본 후생노동대신(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고용노동부장관)에게 위촉된 비상근 지방공무원이다.

이들은 주민의 입장에서 항상 상담하고, 필요한 지원을 함으로써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하는 사회봉사자를 말한다.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치돼 지역주민들을 위해 일한다.

급여는 받지 않지만, 활동에 필요한 전화요금·교통비 등 실비는 지자체에서 보전해주는 식으로 운영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이웃'이라는 제도가 운영 중이다. 일본처럼 정부·지자체 소속이 아닌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복지사업의 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보니 내실한 운영이 어렵다는 점은 한계다.

실제 열악한 예산 등을 이유로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정상운영 중인 곳은 겨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상목 회장은 "공공기관의 행정력이라는 게 사회 소외된 곳까지 미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그렇다면 민간 인프라까지 적극 활용한 촘촘한 복지체계를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장을 돌아다녀 보면 우리 모든 복지 프로그램은 자격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면서 "이것은 현장에 있는 담당직원들이 재량권이 없다보니 상급기관 눈치만 보느라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쫓아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복지담당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다음으로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성할 수 있도록 정부 행정력에 더해 민간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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