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코치→감독' 꼭 드리고픈 첫 승, 결국 에이스 서재덕이 해냈다[스한 이슈人]

허행운 기자 2022. 8. 2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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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한국전력 빅스톰이 새 시즌을 앞둔 전초전격인 이번 대회에서 첫 승리를 신고했다. 아울러 올 시즌 팀의 지휘봉을 잡은 권영민(42) 신임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을 데뷔승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 서재덕(31)이 있었다.

ⓒKOVO

한국전력은 지난 23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15-25, 25-19, 25-15, 18-25, 15-10)로 승리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후 포메이션 변경이라는 전술적 움직임으로 2~3세트를 내리 따낼 때만 해도 승리가 목전에 온 듯 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최민호를 투입하며 흐름을 바꿔버리며 균형을 맞췄다. 승리를 걸고 붙은 마지막 5세트에서 한국전력은 한 수 위의 수비 집중력과 연륜을 자랑하며 현대캐피탈을 꺾고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승리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서재덕이었다. 그는 지난 21일 첫 경기 우리카드전은 6득점, 공격성공률 35.71%에 그치면서 부진했다. 본인의 입을 통해 "개인적으로 쪽팔렸다(부끄럽다의 속어)"고 말할 정도. "안하던 미스, 생각지도 못한 플레이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한 그는 팀의 중심답게 하루 휴식만에 부담을 털고 원래의 폼을 되찾았다.

ⓒKOVO

서재덕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1세트서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가 공격을 주로 책임지는 동안 1득점으로 침묵했다. 공격점유율은 14.29%, 성공률은 25%에 그쳤다. 그랬던 그는 팀의 전술 변화와 함께 훨훨 날아올랐다. 1세트를 놓친 권영민 감독은 서재덕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보내고 박철우를 뺀 후,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로는 임성진-김지한을 활용했다. 그러자 서재덕의 경기력이 180도 변했다.

그는 2세트에서 절반이 넘는 공격을 책임지면서 10득점을 쓸어담았다. 김광국 세터와 합을 맞추며 강한 스파이크를 뿌리자 현대캐피탈이 흔들렸다. 몸이 풀린 서재덕은 꾸준히 점수를 쌓았다. 그 덕에 한국전력이 세트스코어 2-1로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상대의 매서운 반격에 의해 접어든 최종 5세트에는 전위에서 3점을 챙기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그는 "(전술 변화는) 선수들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으니 제가 아포짓으로 가서 리시브 범위를 줄여주고 공격을 맡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미 준비된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힌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서재덕이 올린 총 점수는 백어택 3개,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를 버무린 23점이었다. 양 팀 합쳐 최다 득점자가 서재덕이었다. 30%가 넘는 점유율에도 성공률 절반을 넘김으로써 분전했던 상대 주득점원 홍동선(점유율 36.94%/성공률 48.78%)과의 승부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KOVO

무엇보다 이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올시즌 한국전력의 권영민 신임 감독의 사령탑 데뷔승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한국전력 코치 생활을 길게한 후 감독으로 승격된 권 감독은 서재덕에게도 특별하다. 서재덕은 지난 2011년 한국전력서 데뷔한 원클럽맨이다. 권 감독과는 선수생활도 함께 했을 뿐더러 코치-선수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선수들도 신경 많이 썼는데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겨드리지 못해 기분이 많이 안 좋았다. 빨리 승리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고 선수들도 편하게 경기하고자 했다. (이날 승리로) 다음 경기를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감독님 스타일을 모두 알고 있다. 고참 선수들에게 많이 맡겨주시는데 기대만큼 책임감 있게 후배들을 이끄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이며 사령탑의 일등 도우미가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시즌 427득점으로 국내 선수로는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득점력을 과시했던 서재덕이다. 팀도 그의 활약에 힘입어 3위로 시즌을 마치며 봄배구에 진출했으나 우리카드에 덜미를 잡히면서 더 높은 곳까지 이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새로운 스승과 함께하는 서재덕이 이번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 스타의 왼손 끝을 주목해봐야 한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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