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낯설지만 익숙한듯..친구의 선물같은 '체리와인' 한잔!
[우리 술 답사기] (40) 경북 경주 ‘노곡산방’
30년전 귀촌…술 양조 10년째
체리, 포도보다 수분적고 비싸
첫해 1t 버릴 정도로 쉽지 않아
다양한 품종 사용…색감 ‘다채’
아로니아 첨가해 산미 끌어올려
와인부산물 활용 브랜디도 눈길

와인은 포도와인이 유명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과일이 주인공이 되곤 한다. 사과·감·복분자 등 국내산 과실로 만든 와인은 한국적인 맛과 함께 달콤한 향으로 외국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경북 경주에 있는 와이너리 ‘노곡산방’에선 경주산 체리를 사용해 와인을 만드는데 이런 양조장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김영도 대표(70)는 토목 관련 일을 하다가 30여년 전 이곳으로 귀촌했다. 경주는 전국 최대 체리 주산지다. 그는 자연스럽게 체리를 접했고 체리를 활용해 경주를 알릴 방안을 고민하다가 와인을 만들기로 했다. 그가 술을 만들기 시작한 지는 벌써 10년째다.

김 대표가 만드는 체리와인 이름은 <아띠아토(12도)>. 순우리말로 ‘친구의 선물’이란 뜻이다. 그에 따르면 체리는 포도보다 수분이 많지 않아 와인 만들기가 어렵다. 포도는 80%가 즙으로 나오는데 체리는 40%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내산 체리는 생산량이 적어 포도와 비교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술을 만들 땐 꼭지도 일일이 제거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가격은 일반적인 국내산 포도와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러모로 경쟁력을 갖추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체리와인을 만들기 시작하고 첫해 체리 1t을 버렸어요. 생각했던 와인이 쉽게 안나오더라고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몇번 했지만 버텼죠. 어쩌면 자존심일 수 있어요. 그 자존심이 지금의 체리와인 <아띠아토>를 만든 겁니다.”
김 대표는 체리 품종별로 술을 만들고 <아띠아토>만의 분류법을 사용한다. 골드체리와인(화이트와인), 레드체리와인(레드와인), 레드와인보다 색이 진한 다크체리와인 등이다. 골드체리와인은 노란빛을 띠는 <좌등금>으로, 레드체리와인은 <자브레> <나폴레옹> 같은 붉은색 체리로, 다크체리와인은 <라핀> <일출> 같은 진한 붉은색을 띠는 체리로 만든다. 체리와인은 체리 과육을 으깨서 발효시켜 만든다. 숙성 기간은 최소 1년이다.
맛은 어떨까. 레드체리와인 <아띠아토>는 첫맛은 약간 시다. 이 산미는 단순히 체리만 아니라 와인에 3% 정도 넣은 아로니아에서도 나온다. 체리와인만으론 충분한 산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와인에 아로니아를 첨가하는 것이다. 산미는 입맛을 돋워준다. 목으로 넘기면 와인에서 싱그러운 과일향, 고추향, 익은 체리향이 난다. 끝 맛은 조금 심심한듯하면서도 고소하다. 체리와인은 어딘가 낯설지만 오디·복분자·아로니아를 연상하면 맛을 그리기 더 쉬워진다. 골드체리와인이 가장 달고 최근엔 조금 더 단 레드체리와인(스위트)도 출시됐다.
체리와인 외에도 와인 부산물로 만든 <해그라빠>도 있다. 도수는 43도로 포도 껍질과 씨를 발효시켜 증류한 ‘그라빠’ 방식으로 만든다. ‘해’는 태양의 해와 바다 해(海)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는 이탈리아식 브랜디로 색은 투명하고 맛은 강렬하다. 애초에 브랜디는 네덜란드어로 ‘불에 탄 포도주’라는 뜻이다.
김 대표의 남은 목표는 후계양성이다. 지금도 지역 청년농을 도와 다양한 작물을 컨설팅하고 있지만 막상 노곡산방을 물려받아 체리와인을 만들 사람이 없어 고민이다.
“점점 경주 체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반갑죠. 경주 체리를 접할 때 <아띠아토>와 <해그라빠>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맛이나 품질을 점점 개선해서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문제는 후계에요. 경주 체리에 자부심을 가진 청년이 체리와인의 명맥을 이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아띠아토>는 375㎖ 기준, <해그라빠>는 250㎖ 기준 3만원이다.
경주=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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