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파우스트, 그 달콤한 유혹

2022. 8. 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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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賞)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罰)이 아니다." 박범신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은교> 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에는 주옥같은 아리아가 많이 있지만 특히 젊은 청년이 된 파우스트 박사가 사랑에 빠진 처녀 마르그리트의 집을 보며 부르는 '안녕! 정결하고 순결한 집이여'가 유명합니다.

파우스트가 그토록 원했던 젊음을 다시 가지게 됐을 때 '사랑'을 대하는 감정이 분명히 예전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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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賞)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罰)이 아니다.” 박범신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은교>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육체도 영혼도 젊은 시절 가슴 뛰는 사랑과 열정도 서서히 식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치열한 삶 속에서 깨닫게 된 정금같은 지혜로 천천히 결승선을 향해 가면 좋으련만 인간은 연약하기에 그렇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샤를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일생을 신학 공부에 매진하며 성직자로 살아가길 원했지만 한편으로 세속적인 욕망과 사랑에 대한 갈급함을 오페라로 쏟아냈습니다. 제자 바그너에게 자신의 마음에는 영혼이 두개라서 현세의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인의 경지에 오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구노에게 독일 문호 괴테가 대학 시절부터 죽기 몇 달 전까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 <파우스트>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독일인이 느끼기에는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깊이 있는 원작 내용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어가 주는 특유의 어감과 서정적인 선율이 만나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최고의 프랑스 오페라가 됐습니다.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일평생 누구나 경탄할 만한 학문적 업적을 이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회의가 찾아와 괴로워합니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파우스트를 유혹합니다. 파우스트는 악마와 거래하면서 젊음을 얻게 됩니다. 두 사람이 오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중요하기에 이탈리아 작곡가 보이토는 자신의 오페라 제목을 <메피스토펠레>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는 주옥같은 아리아가 많이 있지만 특히 젊은 청년이 된 파우스트 박사가 사랑에 빠진 처녀 마르그리트의 집을 보며 부르는 ‘안녕! 정결하고 순결한 집이여’가 유명합니다. 그녀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 집이 작고 가난해 보잘것없어도 자연과 함께 그녀를 이토록 아름답게 자라게 했음을 경탄하며 부르는 멋진 테너의 아리아입니다.

파우스트가 그토록 원했던 젊음을 다시 가지게 됐을 때 ‘사랑’을 대하는 감정이 분명히 예전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육체적인 쾌락을 넘어 한 인간의 순수함과 신성함을 사랑할 수 있는 경지가 됐을 테니깐요. 인생의 맛을 깨닫고 젊은이가 된 파우스트 박사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의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우주만큼 커지는 것이겠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만 보아도 그를 있게 해준 것이 고맙고 감사해 경의를 표하게 되니 말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구노의 음악을 통해 어떻게 멋진 오페라로 변신했는지 기대하시면서 작품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젊음을 가져도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늙음의 시간이 그리워질 수 있으니까요.

이기연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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