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떼오라고? 귀찮아" 실손보험금 포기..종이 왜 못버리나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언제 어디서나 PC와 모바일만 있으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산더미 같은 종이 서류를 쌓아 놓고 업무를 처리했던 시대는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러나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2명 중 1명은 청구하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의 조사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 중 47.2%가 진료를 받고도 실손보험 청구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가 가장 많았고, 병원에 재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5%),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의 순이었다. 한마디로 종이로 된 의료비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보험금 청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스템을 갖춘 곳은 전체 의료기관의 1%도 되지 않는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불편함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려면 전국에 있는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가 모두 청구 전산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보험과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시민단체가 청구 전산화를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금을 더 줘야 하는 보험사마저도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당사자인 의료계가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대선 공약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가 올해 하반기 관련 법안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자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막겠다고 지난달 '대응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의료계는 환자 진료정보가 중간에 샐 수 있고, 이미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시행 중이라는 반대 이유를 댄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보험사들은 알짜 수익원인 비급여 정보가 노출되는게 부담스럽고, 연간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진단서 발급 비용 수수료 수입 등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본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의원 등에 자신의 진료 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하면 병의원은 중계기관에 서류를 보내고, 중계기관이 보험사에 데이터베이스를 전송하는 형식이다. 만약 제도가 시행되면 중계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력하다. 중계기관을 두는 이유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와 진료의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이미 영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독일,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공·사 건강보험 보험금 지급 체계를 전산화해 운영 중이다. 특히, 가장 앞선 건강보험 청구 전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나면 '의료기관-건보공단-보험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이 청구된다. 이때 중계역할을 하는 기관은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것과 같은 공적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시민단체, 업계 전문가 등은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고, 새 정부의 개정 의지가 강한 지금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행의 적기라고 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디지털 대전환시대에 발맞춰 의료계 및 보험업계도 실손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보험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가 의료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전자적으로 전송되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 편익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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