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사각' 수원 세 모녀 비극, 찾아가는 행정은 말뿐인가

2022. 8.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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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화성시의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에서 2020년 2월부터 이 주택에서 거주했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권선구 관할동 복지센터에서는 알지도 못했다.

당시 세 모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3년 전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봤으나 대상 조건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재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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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16개월이나 밀렸는데도
수원·화성시 생활고 파악도 못해
지자체 위기 가정 적극 찾아내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 모녀는 3년 전 가장을 잃은 뒤 특별한 직업이 없어 월세도 제때 못 낼 만큼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암 진단을 받은 엄마와 희소 난치병 등에 걸린 두 딸은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했지만 주민과의 교류도 없이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에는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썼다. 이런 비극이 생길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찾아가는 복지’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성글다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
23일 오전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행정 당국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이들은 화성시의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에서 2020년 2월부터 이 주택에서 거주했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권선구 관할동 복지센터에서는 알지도 못했다.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 16개월 치가 밀렸다는 통보를 받고 지난 3일 주민센터 직원이 방문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한다. 화성시의 대응이 너무 느렸고, 지자체 간 정보 공유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긴급복지 서비스에 대한 상담,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위기 가정’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번 사건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세 모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3년 전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봤으나 대상 조건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재신청하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한 법안 3개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과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게 아닌지 답답할 뿐이다.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가 긴급복지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혜택을 주는 제도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에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기 가정을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 가난이 죽음보다 두려운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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