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엄마의 잔소리

2022. 8. 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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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엄마의 잔소리를 먹고 자란다.

엄마의 잔소리에는 자식이 잘되기를 소망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지만 자식들 대부분은 잔소리에서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카톡 선후배 방에서 엄마의 잔소리에 관한 이야기로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있었다.

이 선배는 젊은 날 입사동기 중 외모도 준수하고 실력도 있는데 양복바지 밑으로 알록달록한 잠옷 바지가 삐져나와 그 사람의 장점을 다 덮어 버린 안타까운 일을 기억하며 엄마의 잔소리 중 전신거울을 으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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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엄마의 잔소리를 먹고 자란다. 엄마의 잔소리에는 자식이 잘되기를 소망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지만 자식들 대부분은 잔소리에서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고 싶어 한다.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울 때는 엄마가 곁에 없을 때다.

어느 날 카톡 선후배 방에서 엄마의 잔소리에 관한 이야기로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엄마의 잔소리는 이 집 저 집 비슷하다. ‘오늘 먹고 싶은 냉면은 오늘 먹어라.’ 먹고 싶을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냉면을 먹을 수 있다. 귀찮아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등등 이유로 다른 날 먹는다면 그저 평범한 보통의 맛이 된다. 오늘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뜻. ‘현관에 전신거울을 놓아두어라.’ 허겁지겁 출근시간에 쫓겨 집을 나설 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이 선배는 젊은 날 입사동기 중 외모도 준수하고 실력도 있는데 양복바지 밑으로 알록달록한 잠옷 바지가 삐져나와 그 사람의 장점을 다 덮어 버린 안타까운 일을 기억하며 엄마의 잔소리 중 전신거울을 으뜸으로 꼽았다. ‘집 근처에 편하게 나가서 즐길 수 있는 만만한 장소 하나는 만들어 놔라.’ 김 선배는 이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남편은 무료함을 냉장고 점검으로 지워보려는지 툭하면 냉장고 문을 열고 엄격한 기숙사 사감처럼 이것저것 지적했다. 채소 칸에 왜 소시지가 들어 있냐, 이건 유효기간 이틀이나 지났다 등등. 김 선배는 남편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집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딱히 갈 데가 없다. 기껏 슈퍼마켓이나 책방을 한 바퀴 돌면 끝이다. 나만의 친숙한 장소 하나 만들지 못한 걸 후회했다. ‘똑같은 물건을 두 개 갖고 있지 마라.’ 그렇다고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하나를 갖고 있을 때보다 그 물건의 가치에 둔감해진다. ‘수입의 일정액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해라.’ 나로 인해 누군가가 희망을 본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문밖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쌀부터 씻어라.’ 내 집에 온 손님은 정성을 다해 대접해야 한다. ‘예스는 편안하게 해도 되나, 노는 정성껏 해라.’ 아무리 하찮은 부탁이라도 상대방 마음이 다치지 않게 거절해야 한다. ‘생활 속 좋은 습관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정리정돈 잘하기, 옷 바로바로 걸어놓기 등 작은 걸 잘하면 큰일도 잘할 수 있다. ‘식탁 위에 반찬통째 놓지 마라.’ 편한 게 가족이지만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 자주 먹지 마라.’ 몸도 약해지고 참을성도 없어진다. ‘적금 하나쯤은 꾸준히 들어라.’ 재미와 희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친구가 산 물건에 대한 평가를 요구할 때는 무조건 잘 샀다고 해라.’ 이미 산 것이다.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게 가장 큰 축복이다. 매사에 감사해라.’

엄마의 잔소리는 따사로운 햇살, 달콤한 바람과 같은 성장의 자양분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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