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영방송의 역할
[기고]
[미디어오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최근 서울시의회에 TBS 설립 및 운영 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제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TBS 문제는 시의회 교체로 인한 정치권력의 언론 압력 문제 혹은 공정성 시비를 바탕으로 한 저널리즘 가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결국 프레임 싸움 대립 구도의 관점에 따라 해당 사안을 협소하게 볼 위험이 높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언론장악' 대 '공정방송'이라는 프레임 싸움을 넘어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으로 출범한 TBS의 지역 공영방송 위상과 역할을 재고하도록 인식의 폭을 넓히고자 외부 필진의 글을 4편에 나눠 실습니다. - 편집자 주
우리 사회에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된 내용은 아직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관행적인 부분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은 민주주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의견이 경합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길 희망한다. 또한 공영방송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사회영역에 대한 환경감시와 더불어 사회통합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KBS와 MBC, EBS는 전국 공영방송으로 수행한다면, 지역 공영방송인 TBS는 서울을 방송권역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한다. 전국 공영방송과 지역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의 방송목적에는 본질적 차이는 없지만, 역할은 방송권역과 목표 시청자에 따라 다르게 맞춰진다.
1972년 공보부 직속 기관이었던 KBS가 '방송문화의 지속적 발전과 방송의 공공성을 높일 목적'으로 공사로 독립되었듯, 2020년 서울시 산하 사업부였던 TBS가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접근의 보장과 시민의 시정 참여 확대, 문화예술진흥'을 목적으로 민법상 법인으로 출범하였다. 그러나 KBS 설립과 운영의 근거 법령인 방송법이나 TBS의 설립과 운영의 근거 법령인 서울시 조례에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와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 및 역할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방송법과 서울시 조례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직무와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준공공기관에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제도화에 더 가깝다.
방송법 제44조은 KBS의 직무를 공익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방송프로그램과 방송서비스, 방송기술 연구와 발전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족문화 창달과 민족 동질성 확보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지역적 다양성 구현과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역할 하도록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직무는 국가가 법을 통해 KBS 부여한 위탁사무에 가깝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수행하고자 하는 공적 책무로는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조도 EBS의 설치목적을 교육방송을 통해서 학교교육 보완과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정의하고 있다. 국가 사무인 교육 가운데, 미디어를 통한 교육의 보완적 역할을 위탁한 것이다. 그러나 EBS가 지향해야 하고, 수행해야 할 공적책무에 대한 정의는 정확히 기술되어 있지 않다.
TBS도 마찬가지이다. TBS조례 제1조(목적)는 TBS가 “서울시민의 정보접근권과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러나 TBS는 제3조(사업)를 통해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 지역 관련 정보 제공, 주한 외국인과 국내 방문 외국인을 위한 정보의 제공과 소통 활성화, 시민의 동등한 미디어 참여와 소통 활성화, 해외방송과의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이 사업으로 정의된 것이다. KBS와 EBS가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공사라면, TBS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보조금과 기타 수익으로 방송사업을 하는 법인인 셈이다. 이러한 한계는 2019년 제정된 TBS조례가 TBS의 법인화와 제작자율권 보장, 서울시의 재정 지원,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의 설치와 같이 관리감독과 재원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지만, 정작 TBS를 지역공영방송으로 정의하거나, 공적 책무에 대한 독립적 정의는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TBS가 지역공영방송으로써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를 규정하는 대신 사업에 대한 조항을 둠으로써, 방송목적과 방송사업(수단)을 뭉뚱그려 놓았다. 결과적으로 TBS는 지역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나 공적책무사항과 공적책무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TBS가 지역공영방송으로 역할 하기 위해서는 조례개정을 통해서 사회적 제도로서 TBS가 지역공영방송임을 정의하고, 공적책무와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방송법에 조차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가 없는 한계는 있지만, 방송법은 TBS조례의 상위법령이 아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공영방송은 무엇이며,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규정할 수 있다. TBS가 수행할 역할은 크게 세가지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
첫째는 서울시민이 필요로 하는 지역 정보의 제공이다. TBS가 제공할 서울시민을 위한 방송프로그램은 반드시 교통방송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울시의 시정과 서울시민의 삶과 문화, 지역경제와 환경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공영방송은 지역에서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다.
둘째, 지역공영방송은 민주적 공론장으로 역할해야 한다. 지역정보의 '적정공급'은 민주적 공론장 형성을 위해서이다. 시민이 서울시정에 참여하고, 직접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궁극적 목적은 민주적 공론장을 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역할은 방송을 제작하는 제작자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균형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할 수 있도록 보장될 때 구현될 수 있다.
셋째, 지역적 다양성의 외연확장이다. TBS조례 제3조에서 사업의 일부로 해외방송과의 국제교류와 협력을 명문화한 것처럼,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지역은 다른 지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서울시 또한 글로벌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TBS가 서울시내 교통정보와 지역생활정보나 제공하는 공동체라디오가 아닌, 지역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공영방송으로 역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성은 폐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TBS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공간적 거리가 없어진 미디어 시대에 서울시를 세계와 연결하는 개방적 통로로 기능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대기 비서실장 “건진법사 이권개입 여부 확인중” - 미디어오늘
- 대통령실 홍보수석 교체를 ‘쇄신’으로 볼 수 없는 이유 - 미디어오늘
- “질문 같지 않아” “들으세요” “난 이걸 묻고 싶다” 한동훈 답변 태도 논란 - 미디어오늘
- 연합뉴스TV 주주들, 공정위에 연합뉴스 제소한 까닭 - 미디어오늘
- 아동학대사건 신고자 유출 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 법조기자단 운영 문제, 대법원 판단 구한다 - 미디어오늘
- 서울시 일부 구청 SNS 홍보 외주에 투입된 세금은 - 미디어오늘
- 기사 무마로 1000만원 요구했던 기자의 최후 - 미디어오늘
- ABC제도 돌아가자며 신문 열독률 조사 때리는 한국신문협회 - 미디어오늘
- 8년 전 파견직 성추행 사건, KBS 촬영기자 징계 이뤄지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