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죽으면 다른 아기 바꿔보냈다"..덴마크 입양아 단체, 진실화해위에 조사 신청
입양기관에서 제공한 입양 기록 매번 내용 달라져
피터 밀러, 자료 요청 6년 만에 모친 기록 확인
[앵커]
덴마크 입양인 단체가 과거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자행된 광범위한 불법 행위와 인권침해를 밝혀달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입양 기록을 조작하거나 숨진 아이를 다른 아이로 대체하기도 했다는 건데 국가가 불법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윤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덴마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피터 밀러 씨, 한국 이름은 홍민입니다.
지난 1974년,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덴마크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성인이 돼 자녀를 낳은 뒤 아이들에게 뿌리를 알려주고 싶어 지난 2011년 입양기관에 입양 기록을 요청했습니다.
처음 받은 입양 기록은 자신이 서울 출신이고, 부모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기록을 요청했을 땐 출생지가 대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신뢰가 가지 않아 또다시 기록을 요청한 결과 6년 만에 자신이 논산에 있는 병원에서 태어났고, 모친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피터 밀러 / 해외 입양인 : 저는 48살이지만 저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피터 밀러 씨처럼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덴마크로 입양된 아이들만 7천8백여 명.
과거 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과정에서는 불법적인 행위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입양 기록이 부정확하거나 허위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아의 입양이 더 수월하다 보니 부모가 있는데도 서류상 고아로 꾸며내는 겁니다.
입양이 예정된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자, 다른 아이를 죽은 아이 신분으로 둔갑시켜 입양 보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덴마크 입양자 50여 명이 정식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해외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를 조사해달라고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겁니다.
[피터 밀러 / 해외 입양인 : 입양을 통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고,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정부가 승인해야 해외 입양이 이뤄지는 만큼 당시 한국 정부가 불법에 개입했는지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신필식 / 해외입양 연구자 : 밝혀내야 할 국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신청을 통해서 바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입양인 수천 명이 박탈당한 정체성과 알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진실화해위가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3개월 동안 검토한 뒤 정식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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