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또 가스 중단 협박.. 유럽 가스가격 1년새 10배 폭등
지난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 펠릭스토항 노동자 19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한 해 화물선 2000척이 드나들며 컨테이너 400만개 이상을 처리했던 항만에는 운송이 밀린 컨테이너들이 산처럼 쌓였다. 항만 입구에서는 노동자들이 붉은 깃발과 피켓을 들고 물가 상승률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한 노동자는 BBC방송에 “지난해 여름엔 가스비가 월 20파운드(약 3만1600원)였는데, 지금은 40파운드(약 6만3200원)를 낸다. 전기료는 한 달에 100파운드(약 15만8000원)를 내는데 계속 오르고 또 오른다”고 한탄했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유럽 전역이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물가 폭등 때문에 실질 임금이 줄어들자 유럽 곳곳에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영국 철도와 런던 지하철·버스가 파업으로 줄줄이 멈춰 선 데 이어 22일에는 영국 형사재판 변호사들까지 수임료를 올려달라며 다음 달 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영국은 내년 물가 상승률이 18% 이상 치솟으며 5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시티뱅크는 내년 1분기 영국의 물가 상승률을 18.6%로 예상했다. 이는 석유파동 여파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1976년 이래 최고치다. 시티뱅크는 영국 전기·가스 규제 기관인 오프젬이 발표할 새로운 전기·가스 요금 상한이 현재 표준 가구 기준 연 1971파운드(약 311만원)에서 내년 4월 5816파운드(약 92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중앙은행도 물가 상승률이 7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20일 독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올가을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길 수 있다”면서 “1951년 4분기(11%)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전기 가격은 전년 대비 7배가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2%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폭등의 주요 원인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다. 유럽 천연가스의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부터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로 줄였고, 지난달 27일에는 20%까지 축소했다.
19일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의 유지 보수를 위해 이달 31일부터 3일간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예고했다. 정비가 완료되면 기존처럼 가스관 용량의 20%인 하루 3300만㎥ 규모의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럽행 가스 공급이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22일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쓰이는 네덜란드 TTF 가스 9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 급등, 장중 한때 1메가와트시(MWh)당 291유로까지 치솟았다. 1년 전 기록했던 26유로보다 1000% 이상 뛰었다.
유럽의 물가 급등세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영국 경제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내년 겨울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유럽 대륙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더라도 유럽의 성장 둔화는 내년까지 세계시장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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