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엔 인색한데 쏠쏠한 3위..머니게임 판 흔드는 '포항 미스터리'
복권과 같은 외국인 선수 의존보단
유스 육성·가성비 영입 '전력 유지'
3년 째 토종 두 자릿수 득점자 배출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판의 미스터리다. 프로 무대에선 돈이 곧 성적인데, 예년보다 줄어든 투자에도 매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연말이면 공개하는 구단별 연봉 총액을 보면 포항은 최근 3년간 다섯 손가락(2019년 7위 57억원·2020년 5위 77억원·2021년 4위 84억원)에 겨우 이름을 올리는데 성적표는 항상 그 이상이다.
2020년 K리그1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따내더니 이듬해 ACL에서 준우승을 했고, 올해는 리그에서 ‘현대가’ 울산과 전북에 이은 3위를 달리고 있다.
포항은 23일 현재 승점 44점을 확보했는데, 남은 11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2위 전북(승점 49점) 추격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K리그1 챔피언인 전북의 임금 총액은 포항의 2배에 가까운 178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냉정한 돈의 논리를 뒤집은 비결을 1973년 창단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의 전통에서 찾는다.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 잘 정비된 시스템으로 최적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로, 코치로 그리고 감독으로 여전히 포항에 머무르고 있는 김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복권에 비유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가 살길이었다. 유스시스템에서 키운 선수들로 토대를 마련하고, 그래도 못 찾는 선수는 외부에서 데려온다. 포항은 3년 연속 K리그1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터뜨린 토종 공격수를 배출한 유일한 팀(2020년 송민규 10골·2021년 임상협 11골·2022년 허용준 10골)인데, 이들이 모두 외부 영입 사례들이다.
큰돈도 쓰지 않은 가성비 최고의 선수들이다. 김 감독이 코치 시절, 해체된 충주 험멜 유스에서 데려온 송민규와 수원 삼성에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임상협은 이적료도 없이 데려왔다. 허용준 역시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임대로 데려온 뒤 자리를 잡은 케이스였다.
포항의 선전이 불안한 외줄타기라는 시선도 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가운데 최소한의 투자 속에 경쟁을 벌이다보니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일어나면 얼마든지 성적이 추락할 우려도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포항이 올해도 팬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포항이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힘을 내주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어서다. 잠시 다른 팀으로 떠났다가 은퇴 무렵 연어처럼 돌아온 이들이 후배들의 부족한 경험을 채우며 달려나가는 팀이 바로 포항이다.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고전하던 김승대가 최근 거짓말처럼 살아나 K리그 통산 22번째 ‘40-40 클럽’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매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는 않다”며 “승대처럼 든든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묶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