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옆에서 밥지어 먹어"..갈길 먼 경비원 노동인권
[KBS 광주] [앵커]
근무 환경이 비좁아 변기 옆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면 어떨까요?
실제, 아파트 경비원들의 일상입니다.
특히 낡고 오래된 아파트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한데, 이런저런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광주의 한 아파트 경비실.
화장실 변기 바로 옆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경비원 : "너무 충격이었죠. 그 변기통 있는 곳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음식을 꺼냈다가 먹는데 진짜…."]
단지 내 다른 경비실, 전기밥솥을 두고 화장실에서 밥을 지어 먹고 있습니다.
반지하로 구불구불 난 통로를 따라가면 휴게시설이 나옵니다.
빈 공간에 커튼을 쳐 놓고 외부에서 호스로 물을 끌어와 샤워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따로 환풍시설도 없어 습하고 악취까지 풍깁니다.
[경비원 : "지하에는 원래 환풍기 없어요. 냉난방 시설은 없고, 선풍기 여러 개 대비, 준비시켜놓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자 휴게시설을 최소 6제곱미터 이상 확보하고, 18도에서 28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과 환기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나 규모가 작은 공동주택은 이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2018년부터 시설 개선 사업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4년간 153건으로 신청이 저조합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시설개선비의 20%를 부담스러워 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겁니다.
이달 들어 휴게시설 설치 의무 시행령도 신설됐지만, 근로자 수로 정하는 대상 사업장을 두고 논란입니다.
[정찬호/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장 : "하청 용역업체 소속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거냐 아니면 그 아파트에 전부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모두 합했을 때 그것을 상시근로자 수로 하는 거냐…."]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수현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배수현 기자 (hyeon237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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