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로 버티는 하루"..치솟는 물가에 "건강부터 포기"
[앵커]
'치킨 1마리로 4명이 먹었다. 아이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병원에서 빈혈이 있다는데, 며칠째 고기를 먹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스물다섯 가구가 매일 쓴 가계부입니다.
이들의 하루 평균 식비는 한 사람에 8,600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칼국수 한 그릇 겨우 사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두 달 동안 조사 대상 절반 이상이 수산물은 한 번도 사지 못했고, 육류와 과일을 못 산 집도 각각 9가구였습니다.
고물가에 먹는 걸 아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저소득 가구의 상황을, 최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은 모 씨는 훌쩍 오른 물가에, 냉장고 채우기가 무섭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싸게 파는 우유 세 팩과 햄 등으로 한 주를 버티는 게 목표입니다.
[은 모 씨/기초생활보장수급자 : "계란도 요즘 비싸가지고...우유가 제일 적당하게 때울 수 있는 거라서. 그거로 좀 때우고 있어요."]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병과 당뇨를 앓고 있는 은 씨에게 균형 잡힌 식사가 필수지만, 수급비 절반 이상이 약값으로 나가는 현실에서 먹는 걸 챙기긴 어렵습니다.
이날도 당뇨 환자에게 좋지 않은 탄수화물 위주로 하루를 버텼습니다.
["흰 쌀밥에 마가린 넣어가지고. 3분 짜장 넣고."]
한 달 100만 원이 겨우 넘는 수입으로 두 자녀를 키우는 송 씨.
방학이라 아이들이 집에서 밥 먹는 날이 늘었는데, 김치와 장아찌 외엔 내줄 반찬이 없습니다.
[송 모 씨/기초생활보장수급자 : "아들은 계속 엄마, 고기 없어? 고기 없어? 말 많이 해요. 삼겹살은 한 근에 18,000원인데, 도저히 안 돼가지고 대패 삼겹살 사서. 한꺼번에 많이는 못 주고요."]
최소한의 교육비와 집세 등을 내고 나면 아낄 건 식비뿐.
["먹는 거에서 줄이려고 많이 해요. 잘 먹이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어떻게 더 줄여야 되나. 마트 가려다가도 그냥 집에 있는 거 대충 먹이자."]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는 13% 올랐습니다.
영양가 있게 먹으려면 돈을 더 써야 하는데, 저소득층에겐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지난해 저소득층이, 먹어야 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비율은 9.8%로, 고소득 가구보다 8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 영양 섭취량이 평균 미만인 비율도 8%p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이미 영양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황.
문제는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영양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한전복/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 "한 끼당 식대비가 한정되다 보니까 건강한 식단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공적 사회 지출의 수준을 더 높여야 고물가 시대에 저소득층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지 않나..."]
고물가 속, 건강한 밥상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이근희
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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