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판박이..복지 사각지대 대책 한계 노출

'전입신고 회피' 시 발견 어려워..김동연 "방법 찾겠다"
'암투병·생활고' 수원 세 모녀 사망, 경찰 극단선택 추정

숨진 세 모녀가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 한 연립주택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보이고 있다. 2022.8.22/뉴스1 ⓒ News1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최대호 기자 =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경기 수원시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이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과 단전·단수 등 지표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 등의 발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전입신고 회피’로 인해 해당 지자체가 이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23일 경찰과 수원·화성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수원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나왔다. 9장 분량의 손글씨 유서에는 ‘건강문제와 생활고 등으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고 큰딸은 희귀병을, 작은딸도 극심한 생활고에 힘겹게 살았다.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3년 전 사망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42만원인 월세를 내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었다. 지난달 집주인에게 ‘병원비 문제로 월세 납부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를 선별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긴급히 마련됐지만 또 한 번의 비극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 지난 16개월 동안 건강보험료 27만원을 내지 못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짜놓은 시스템에 따라 전기나 수도요금, 건강보험료를 오랜 기간 내지 못하는 경우 ‘위험징후’로 간주돼 위기가구 사전 발굴 대상에 오르게 돼 있다. 이 경우 해당지역 복지담당 공무원이 당사자를 찾아 현장조사를 하게 돼 있다.

문제는 이번 수원 세 모녀의 경우 실제 거주지는 수원이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화성시여서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피해갔다는 점이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 2020년 초부터 해당 주택에서 거주했지만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이들의 거주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뉴스1 취재 결과 수원 세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화성시로 확인됐다. 지난 2004년부터 화성시 거주로 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지인 집에 주소만 옮겨 놓은 것이었다.

절박했던 이들 가족은 주민등록이 돼 있던 화성시나 거주했던 수원시 등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는 의료 혜택을 받은 기록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보험료는 1년 넘게 체납된 상태였다.

이처럼 실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가 다른 위기가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입신고가 되지 않아 기초수급 여부 등 아무런 행정 기록도 없다”며 “일가족이 그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경우 통상 통장 등이 ‘어려운 사람이 산다’라고 알려줘서 인지하게 되는데 주소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할 경우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번 비극을 접한 후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강조했지만 지자체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지사는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며 각계각층의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수원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 모녀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망 시기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친인척 등 유족을 수소문해 세 모녀가 숨지기 전 행적 등을 파악하고 있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