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인플레감축법 정부 뒷북대응 '도마 위'

박한나 2022. 8.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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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외교·통상 정보력에 구멍이 뚫렸다.

전기차 배터리 강국을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부터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담아 'BBB(더 나은 재건법)'를 추진해왔고, IRA가 그 축소판이었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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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먼저 배터리 문제 건의
외교·통상 정보력 부재 드러내
뒤늦게 "WTO 제소 검토"밝혀
EU, 상원통과때 논평과 대조적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외교·통상 정보력에 구멍이 뚫렸다. 전기차 배터리 강국을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와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수십조원의 미국내 투자 확대를 약속해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땡큐" 극찬을 받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미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부터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담아 'BBB(더 나은 재건법)'를 추진해왔고, IRA가 그 축소판이었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외교·통상 부재의 정황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지난 11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보조금 제외를 우려한 국내 산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 본부장은 '북미 내'로 규정된 전기자동차 최종 조립 및 배터리 부품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미 통상 당국에 요청했다고 업계에 설명했다,

한국과 똑같은 상황인 유럽연합(EU)은 IRA가 미국 상원 의회를 통과하자 지난 12일 곧바로 논평을 내고 "해외 자동차 회사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미국의 방침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도 상충한다"고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이는 EU가 미국 정치권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와 비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한참 뒤에나 나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열흘 이상이 지난 22일에서야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IRA와 관련해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9일에서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IRA 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차별적 요소에 대해 우려를 뒤늦게 전달했다.

반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지난 10일 IRA가 미국 상원을 통과하자 곧바로 미국 하원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IRA 개정을 요청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각종 법안과 보조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권 교체를 전후해 '통상업무 밥그릇 싸움'에는 몰두하면서 정작 국내 산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미국내 입법정보 수집과 대응에 소홀했다. 입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법안 발효 뒤에 뒷북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의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주장과 WTO 제소 검토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FTA는 무역과 관련된 것으로 국경을 넘을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게 기본 골자인데, 관세와 전기차 보조금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와관련 "설사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WTO에 제소해 해결까지 몇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자동차학과)도 "FTA 특약사항으로 '대한민국 전기차나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을 반드시 줘야 한다'거나 '보조금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가 명시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IRA 법안 자체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플레이션 위기에 미리 대응해 충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데 마치 산업부는 IRA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부흥하기 위한 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한나·정석준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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