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 공연 공개, 국민가수의 품격

2022. 8.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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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임영웅이 공연 영상 다시보기를 OTT 업체 티빙에서 공개해 티빙 실시간 인기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공개가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기 드문 일이고 예측하기 힘들었던 놀라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보기 드문 사건인 이유는 순회공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연말 부산 벡스코와 서울 고척돔 공연으로 이어진다. 아직 공연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연 다시보기를 공개하는 건 가수에게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공연의 기본 전개가 다 알려지는 것이고, 앞으로 공연할 때 이번에 공개된 영상 이상으로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공연의 잠재적 관객들이 영상을 보고 공연 직접 관람에 나서지 않을 우려도 있다. 팬들이 연말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공연 영상을 몇 번씩 반복적으로 보고 올 것이기 때문에 가수 입장에선 그들을 감동시키기가 더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임영웅은 이미 서울 마지막 공연을 실시간 생중계로 티빙에서 공개했었다. 아직 공연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 생중계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보기 공개까지 한 것이다. 생중계는 1회적인 것이어서 시청 후 기억이 사라질 수 있지만, 다시보기는 반복 시청을 통해 시청자들이 공연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임영웅은 선뜻 공개를 선택했다.

이번 다시보기가 무료에 가깝다는 점도 충격이다. 기존 생중계도 무료에 가까웠다. 티빙 가입자는 누구라도 생중계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티빙에는 물론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그것은 플랫폼 가입비이고 특정 콘텐츠에 대한 댓가는 아니다. 티빙에 가입하면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임영웅 공연은 그 콘텐츠들 중의 하나다. 이래서 무료에 가깝다고 한 것이다.

생중계를 그렇게 무료에 가깝게 공개했을 때부터 이미 충격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이돌들이 공연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는데, 관람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것이 당연하다. 공연은 가수의 최대 수입원 중의 하나다. 공연을 제공하면 마땅히 대가를 받아야 한다. 아이돌들은 몇 만 원 정도의 관람료를 받았고, 예컨대 방탄소년단 공연은 인터넷 공개로 수백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고 알려졌다.

임영웅도 그렇게 관람료를 받고 생중계했다면 백억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람료를 책정하지 않고 그냥 생중계했다. 물론 티빙으로부터 댓가를 받았겠지만 관람료를 책정했을 때완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후 다시보기를 공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연히 이번엔 관람료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됐다. 이미 생중계를 무료에 가깝게 공개했는데 다시보기까지 그렇게 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영웅은 세간의 상상을 뛰어넘어, 다시보기까지 티빙에서 그냥 공개했다. 이래서 화제가 된 것이다.

순회공연 일정이 남아있는데도 공연모습을 서둘러 공개한 건 관람을 원하는 국민들을 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2022 임영웅 순회공연엔 가히 국민 공연이라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모였다. 서울 공연 표 판매 당시 대기인원수가 81만 트래픽을 기록했을 정도다. 조금 과장해서 거의 전 국민 코로나 예방약 예약 다음가는 수준의 대기인원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이번 순회공연 기간 내내 임영웅 공연 표를 구하지 못해 애타는 누리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거나 3대가 덕을 쌓았어야만 임영웅 공연 표를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렇게 수많은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자 임영웅이 서둘러 공연 생중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매출을 올릴 기회도 포기하고, 앞으로 남은 공연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도 감수했다. 자신의 이해관계보다 임영웅 공연 표를 구하지 못하는 국민을 먼저 생각한 모양새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심지어 다시보기까지, 엎친 데 덮쳤다. 충격에 충격의 연속이다.

요즘 음악계에선 세대차이가 극과 극으로 벌어졌다. 앨범을 백만 장 이상씩 파는 아이돌의 노래도 아예 모르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장르간 거리도 매우 멀다. 이렇게 파편화된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폭넓은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가수가 임영웅이다. 이번 순회공연에도 다양한 장르가 불렸고 매우 다양한 세대가 집결했다. 임영웅과 그 팬덤은 선행으로도 이름 높다. 그래서 국민가수라고 불리는데 이번 공연내용 공개로 그 국민가수의 품격이 다시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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