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19금 되어가는 '이준석 활극'

2022. 8.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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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급기야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게임의 룰을 어긴 비열한 황제로 비유됐다. 자신에 대한 징계와 복귀 차단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부황을 살해하고 황제에 오른 코모두스가 선황의 충신 막시무스와 결투하기 전 그의 옆구리를 단검으로 찔러 힘을 뺀 데 빗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충직한 막시무스로 치환하는 효과도 노렸다. 이 전 대표는 이전에도 윤 대통령을 "이 ×× 저 ××"라고 막말하는 욕쟁이에 '수입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양두구육의 현대판) 푸줏간 주인으로 비유했다. 작년에는 '정치신인'이니 '자체 발광체 아닌 반사체'니 하는 등 그래도 완곡표현을 했지만, 지금은 직격을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무엇이든 다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품었으면 한다"고 한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의 말이 무색해졌다. 요즘 이 전 대표가 각종 미디어를 휘저으며 펼치는 활극을 볼라치면 1000만 관객 영화 뺨친다. 일반 국민들도 혀를 차며 '볼 거 다 본 당'이라고 할 판이니 '개딸'(이재명 지지자들)들에게는 최고의 납량물이었을 터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를 두 번 품었었다. 후보 시절 작년 11월 선대위 일을 안 하겠다고 뛰쳐나가자 지방까지 달려가 달랬다. 그 한 달여 뒤 또 어깃장을 놓자 고심 끝에 또 손을 잡았다. 어지간한 인내심 갖고는 힘든 일이다. 물론 대권이란 목표가 있으니 이를 악물었을 게 틀림없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윤 대통령이 완전히 칼자루를 쥐었다. 최 위원장의 말처럼 대통령이란 그릇의 용량이 아무리 커도 아무것이나 담을 수는 없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지금 이준석 사태는 본질에서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이 사태의 본질은 첫째, 이 전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느냐 아니냐, 증거인멸 교사를 했느나 안 했느냐이고 둘째, 당 대표가 6개월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에서 당원들의 총의로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성상납을 젊은이의 혈기나 객기쯤으로 치부하며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한데'라고 한다면? 그건 세상을 '말종'으로 만들자는 것이니 논외다. 백보 양보해 성상납 증거가 불충분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성상납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는 윤리위에서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바다.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짠맛 잃은 소금'을 들며 성역 없는 감사를 주문했던, 비리와 불법에 대쪽같았던 최 위원장이 이 사실을 외면하는 건 뜻밖이다.

최 위원장처럼 지금 국민의힘에는 성상납 의혹에는 눈감고 이 전 대표의 희생양 프레임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해진, 하태경 의원 등 이 전 대표와 연이 닿는 사람들이다. 신평 변호사의 언급처럼 이 전 대표의 연기에 현혹돼 있는 것인가. 신 변호사는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7억 투자 각서를 써준 행위로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것을 마치 정권과의 불화, 정치적 박해로 인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짜 윤 대통령이나 여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성상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일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말을 잘 한다고 하는데, 실은 이치에 맞지 않는 사례를 갖다 대는 견강부회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윤 대통령의 측근(이 전 대표가 지어낸 '윤핵관') 들을 말하며 상황에 따라 주군을 바꾼다는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했지만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이다.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불분명하고 단임 대통령제에서 차기 후보가 결정되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변절이 아니다.

이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식은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이 전 대표를 만나 훌훌 털어버리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을 신군부 독재자에, 졸렬한 황제로까지 운운한 이 전 대표가 앞으로 또 어떤 막말을 쏟아내 '19금 활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제한된 승리와 제한된 패배를 나눠갖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정치인의 윤리 문제'는 또 쓸려나간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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