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문닫는 중공장..반도체 배터리 생산차질

정유정,우제윤 2022. 8.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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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등 몰려있는 쓰촨성
전력부족해 공장폐쇄 연장
반도체 공정 문제 발생 땐
생산회복 능력 오래 걸려
중국에서 6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공장 가동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업계에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에 이어 기후(Climate) 위기가 겹친 이른바 'CC 리스크'가 공급망 충격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쓰촨성 당국은 전력 부족으로 15일부터 시작된 공장 폐쇄 명령을 25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쓰촨성의 수력발전 의존도는 80%에 달하는데, 지난 6월 초부터 중국에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면서 양쯔강의 수위가 낮아져 쓰촨성의 수력 발전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쓰촨성은 '중국의 IT 수도'로 불릴 정도로 전자업계 공장이 몰려 있다. 특히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는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 기업 제조공장이 있다. 전 세계 노트북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50%가 쓰촨성에서 패키징 공정을 거친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공장도 청두에 있고, 전 세계에 출하되는 아이패드의 50%가 쓰촨성에서 생산된다.

쓰촨성 인근의 직할시인 충칭도 전력난으로 15일부터 24일까지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충칭시에는 SK하이닉스의 패키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도 "전력 부족으로 현지 사업장에서 에어컨을 평소처럼 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상 기후, 지정학적 긴장의 상호작용으로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연결망이 드러났다"며 "기후변화가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은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 다른 산업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온도·습도·공기압이 엄격히 제한된 클린룸이 필요하고, 제조공정·공정가스 정화를 위해 물과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 중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의 생산능력을 회복하기까지 며칠이 아니라 몇 주가 소요될 정도로 타격이 크다.

쓰촨성 전력난은 중국 배터리업계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언론은 쓰촨성 당국이 정전 기간을 25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성내 모든 리튬염 공장과 관련 재료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리튬염은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의 핵심 재료다.

쓰촨성은 중국 리튬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중국 전체 리튬염 생산량의 27.9%를 책임지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17%, 음극재는 11.8%를 생산한다. 전기 공급 중단으로 리튬염 생산이 급감하면서 배터리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급감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리튬 가격도 올랐다. 지난 22일 리튬 가격이 t당 48만5000위안(약 9500만원)으로 전날 대비 0.6% 상승했다. 지난 15일 쓰촨성에 산업용 전력에 대한 정전 조처가 시행된 이후 1.6% 올랐다.

일단 이번 전력난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쓰촨성 리튬염 공장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업체에 공급하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쓰촨성 전력난이 장기화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리튬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 한국 배터리 업체에 리튬을 공급하는 중국 회사들에도 리튬 주문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리튬 가격이 올라 한국 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현지에 공장을 둔 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언론들은 이달 말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왕 중국 항셍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폭염이 제조업·건설업·농업 등 중국 경제 전반과 글로벌 공급망에도 연쇄 타격을 입힌다"며 "폭염 악재가 앞으로 2~3개월간 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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