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에 효과 있다'던 화장품, 광고 정지 처분 당한 이유 [오현아의 판례 읽기]

2022. 8. 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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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좁쌀 케어'라고 광고한 화장품 회사
법원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

[법알못 판례 읽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감성 좁쌀 피부를 위한 케어 솔루션’, ‘2주 좁쌀 진정 프로젝트’, ‘즉각적인 좁쌀 케어’, ‘면포 개수 감소 효과’.

일반 소비자에게 이런 광고는 어색하지 않다. 화장품의 성능을 광고하기 위해 종종 쓰이는 문구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화장품 제조 업체 A 사가 자사 온라인몰에 올린 광고 표현들이다. 티트리와 세라마이드 성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좁쌀’ 피부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문구들이 일반 소비자가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며 3개월 광고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해당 광고 표현에 있는 ‘좁쌀’, ‘면포’라는 단어들이 문제가 됐다.


 

화장품에 ‘여드름·건선·아토피’ 등 표현 못 써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장품과 의약품의 차이와 식약처의 화장품 광고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식약처는 화장품을 ‘피부나 모발의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는 등 사용되는 물품으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 가운데 실험을 통해 일정 정도 이상의 성능을 인정받은 화장품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의약품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품을 의미한다. 실제 질병에 검증된 기능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드름은 염증성 피부 ‘질환’에 해당하는데, 이 때문에 화장품 광고에는 명시적으로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는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 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에도 구분돼 있다. 일반 화장품은 ‘여드름’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인체 적용 시험 자료를 통해 기능성 화장품을 인정받은 제품은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 적합’ 정도의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인정받은 기능을 벗어난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일반인들이 피부에 사용하는 약과 화장품을 오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명시적인 단어 안 썼더라도…法 “정지 처분 정당”

이번 사건의 쟁점은 ‘좁쌀’이라는 표현이었다. 식약처는 이를 사실상 여드름과 동일한 표현이라고 봤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좁쌀 여드름은 얼굴에 오돌토돌하게 올라오는 면포성 여드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측은 화장품 회사가 ‘여드름’이라는 단어를 우회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광고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반면 A 사는 식약처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이들은 “‘좁쌀’은 피부결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여드름 등 특정 질병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근거로 내놓은 것은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 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이었다.

가이드라인에는 ‘여드름’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규정할 뿐 ‘좁쌀’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좁쌀이 화장품법에 의해 금지되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의 오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이주영)는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에게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식약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광고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된 문장·단어·소리 등의 표현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사항도 종합해 전체적인 인상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된다는 것이다.

A 사는 광고에서 ‘3종 좁쌀 데일리 케어’라는 문구 아래에 피부에 오돌토돌한 종기가 있는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는 모두 여드름성 피부 사진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A 사는 “손상 피부(민감성 피부)는 다양한 피부 문제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내·외벽 손상으로 이어져 좁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르면 좁쌀이 단순히 손상된 피부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발생하는 피부 병변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A 사가 제출한 화장품 인체 적용 시험 결과에 따르면 최소 2주 이상 사용해야 유의미한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며 “그러나 ‘즉각적인 좁쌀 케어’라는 표현을 써 마치 A 사 화장품이 좁쌀 병변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재발을 방지하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량권 일탈이라는 A 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처분은 제품에 대한 광고를 정지하는 것일 뿐 판매 업무 자체를 정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국민의 보건 향상 및 소비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돋보기]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화장지 가격 7배 올리고 1+1 행사한 홈플러스…“과장 광고”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직전 할인 기간과 비교해 휴지 판매 가격을 7배 올리고 ‘1+1’ 행사를 한 것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일부 광고는 과장 광고로 보기 어려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납부 명령은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홈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22년 5월 22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2014년 구매한 물건을 하나 더 주는 1+1 행사를 한다고 광고했지만 직전 할인 기간의 수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는 정가가 1만2900원인 화장지 한 세트를 2014년 9월 26일~10월 8일까지 1780~2970원에 팔았다. 그 이후 엿새 동안 정가대로 판매했지만 10월 16일부터 1+1 행사를 열고 두 세트를 1만2900원에 팔았다.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할인 광고가 과장 광고라고 판단하고 2016년 11월 시정 명령 및 경고 처분과 함께 과징금 1600만원의 납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를 내려 직전 20일 동안 상품을 판 금액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종전 거래 가격’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내린 고지의 기준대로라면 사업자들이 원하는 광고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가격 책정의 자율권까지 침해되고 가격 경쟁을 위축시켜 소비자 후생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과 경고 처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과징금 납부 명령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판단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허위·과장 광고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종전 거래 가격’을 판단함에 있어 공정위 기준이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며 “원심이 종전 거래 가격을 광고 직전 실제 판매 가격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됐고 공정위 기준인 ‘광고 전 20일간’의 최저 가격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한 결론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광고의 일부 대목은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한 2심의 판단은 결론적으로 옳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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