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서 금융상품 비교 판매..산업 구조 지각변동 오나

조귀동 기자 2022. 8.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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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예금·보험 상품을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이나 카카오톡 등 인터넷 메신저에서 비교·추천해주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직접 판매는 아니지만, 일종의 온라인 금융상품 장터를 개설해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인터넷 플랫폼이 폭넓은 고객 기반을 이용해 금융 상품 유통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한 핀테크 회사의 보험 상품 비교 서비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빅테크(거대 IT 기업)와 금융회사가 온라인에서 예·적금과 보험 상품 비교·추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시그널플래너

금융회사가 개발, 제조, 판매까지 모두 했던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게 된 셈이다. 금융 산업 구조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업체가 금융산업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갖추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중개업 시범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대출 상품만 가능한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예금, 보험, 개인간거래(P2P)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펀드도 예금, 보험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운영 성과를 일정 기간 지켜본 뒤, 플랫폼 업체에 관련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핵심은 보험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단순한 예금과 달리 여러 가지 상품이 존재하는 데다 금융소비자들의 특성과 필요에 맞춰 개인화된 상품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업체의 강점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인 셈이다.

금융위는 비교·추천 및 사업자 연결이 가능한 권유 업무를 허용키로 했다. 온라인 모집이 용이하고, 상품 구조가 단순해 불완전 판매 소지가 적은 상품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종신, 변액, 외화보험 등은 시범운용 단계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 판매용 CM(CyberMarketing) 상품뿐만 아니라 대면 판매 상품이나 전화 판매(TM ·TeleMarketing) 상품도 비교·추천 대상이다.

또 은행에서 판매하는 정기 예금 및 정기 적금도 온라인 비교·추천이 가능해진다. 저축은행이나 신협 등의 예적금도 포함된다.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수익률이 바뀌는 상품은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예적금 상품도 비교해 추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IT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의 관련 수요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회사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비교 추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형주 금융산업국장은 “IT 기업의 플랫폼이건,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건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니즈가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됐다”며 전면적인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보다 소비자 편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허용 범위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불완전 판매 소지가 없는 상품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허용하겠다는 원칙으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빅테크(거대 IT기업)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사업 진출이 금융회사의 플랫폼 종속을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해 하반기 제2금융권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업체들이 대출 비교·추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1.5~2.0%의 높은 중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상대적으로 빅테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은행의 경우 수수료율이 0.2~0.5%에 불과했다. 금융회사들의 협상력이 줄어들면 결국 빅테크의 몫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제기되는 이유다.

보험의 경우 설계사, 보험대리점(GA)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대리점협회는 22일 “차별성 없는 온라인 플랫폼에 기존 보험대리점과 동일하게 보험대리점업을 허용하는 방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빅테크 플랫폼이 GA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금융위는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보험회사나 은행에 불리한 거래 조건을 요구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명문화한다. 또 플랫폼별 판매 비율 상한선을 도입하고,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예적금 상품의 경우 플랫폼 판매 비중을 신규 모집액의 일정 한도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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