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찬물 끼얹는 연기금..외국인보다 주식 4배 더 팔았다

정해용 기자 2022. 8.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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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간 연기금, 5200억원 팔아
외국인의 4배 이상 매도
'큰 손' 국민연금 국내 비중 축소 영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량 매도

연기금이 최근 3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보다 국내 주식을 4배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1300억원 가까이 주식을 매도하는 동안 연기금은 5200억원이 넘게 주식을 팔았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연기금의 이 같은 매도 행렬이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비중 축소를 공식화하면서 연기금의 매도 규모가 더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연기금은 주가가 하락할 때 적극적으로 매수해 증시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투자자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 뉴스1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4월을 제외하고, 매달 순매도 행렬을 이어왔다. 연기금은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5203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1292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연기금은 지난 7월 초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수준인 2300선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외국인이 7월(2조4897억원), 8월(2조762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을 때도 연기금은 7월(-571억원), 8월(-3524억원) 연속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연기금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4370억원 어치를 팔았다. 또 SK하이닉스를 2515억원 어치 팔았고 현대차(-544억원), 대한항공(-417억원), 아모레퍼시픽(-316억원) 등도 연기금이 많이 매도한 주요 종목이다.

그래픽=이은현

연기금 매도 행렬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포함되지만 국민연금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912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로 했는데 이런 영향이 전체 연기금의 매도 규모에 영향을 준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3∼202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지난 5월 말 기준 16.7%였던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말과 내년 말까지 각각 16.3%, 15.9%로 줄이고, 2027년까지 14%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비중은 26.9%에서 40.3%까지 늘린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은 수익률 때문이다. 1988년 설립 이후 수익률을 보면 해외주식은 연 평균 14.0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수익률(8.71%)보다 크게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봐도 국내주식 수익률이 6.73%였지만 해외주식 수익률은 29.48%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투자가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다변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위험 자산 내에서도 주식보다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키우고 있다”며 “과거 증시가 하락하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의 목표 비중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지만, 목표 비중이 줄어든 만큼 과거와 같은 행태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오래전부터 중장기 전략으로 국내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고, 수익률적인 측면을 포함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2546.35포인트까지 오른 뒤 5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7.16포인트) 떨어진 2435.34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긴축 우려로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6월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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