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구원 발목잡는 연구개발혁신법..KAIST 비정규직 연구원들 떠난다

강민구 2022. 8.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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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 부처 연구과제를 일원화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연구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관한 범부처 공통규정으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됐지만, 법률상의 한계로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에 있는 비정규직 연구원, 연구교수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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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수행 제한' 등 사업관리 개선 이뤄지지 않아 환경 악화
과제시작과 끝에 맞물려 계약..3개월 단위 계약 하기도
KAIST 연구원 상당수 떠나..엄격해진 학내 규정도 한 몫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난해 정부 부처 연구과제를 일원화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연구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전임 교원(연구교수, 연구원)들에겐 규제로 작동해 세계적인 성과를 낸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23일 이데일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AIST연구원 소속 연구원과 연구교수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통계 자료에 의하면 나노융합연구소 연구원 숫자는 6명(2018년)에서 0명(2022년 2월)으로 줄었다. 바이오융합연구소의 연구원도 마찬가지로 7명에서 2명으로 감소했다.

KAIST 연구원의 통계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KAIST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중 ‘맏형’ 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 연구소에선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 연구소 존속 기간 중 연구성과물이 쌓였고, 연구교수, 연구원, 학생들이 힘을 합쳐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성과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로보틱스연구소팀은 ‘CES2022’에서 자율주행차 레이싱에 아시아 대학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탄소중립 인공 광합성 기술부터 무선송수신 기술 핵심 기술 개발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비전임 교원(비정규직)들은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학생이나 연구와 학생 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교수들 사이에서 전일제로 연구 과제를 맡아 연구 업무를 한다. 이들은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을 주로 개발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관한 범부처 공통규정으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됐지만, 법률상의 한계로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에 있는 비정규직 연구원, 연구교수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13조 등 관련 법률에서는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국가연구개발정보처리기준’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는데,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비전임 교원들은 과제 수주 이후 연구개발비가 입금돼야 자신의 인건비를 받을 수 있다든지 △직접 과제에 참여하는 연구인력만 참여자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과제 간 이동이 제한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 학제간 융합시대인데, 중복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비를 교차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KAIST 학내 노무 규정까지 강화되면서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2년 이상 계약을 하지 못한다. 또,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도 3개월 단기 과제라면 과제 종료 이후 다시 새 과제에 응모해 새로 계약해야 한다. 연구개발비는 크게 직접비와 직접 금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비용인 간접비로 구분되는데, 학교에서 연구단 운영비, 기반시설 구축비, 연구실 안전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일부를 가져가는 것도 논란이다.

KAIST 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를 비롯한 세계적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며 논문과 특허를 내고, 연구교수나 연구원들은 주요 연구 개발 인력으로 성과를 내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KAIST를 비롯한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는 이들이 짧게는 3개월 과제마다 계약을 해야 하고, 제때 월급도 받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대학 내 연구 기능 활성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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