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음악 인생의 장편소설 쓰는 중"
“음악 활동은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 음악의 삶을 써가고 있는 거죠. 제 장편소설이 어느 시점까지 왔는진 모르겠지만, 아직 쓰고 있는 중이에요.”
그는 “솔직히 첫 번째 앨범은 잘 모르면서 녹음했던 것 같다(웃음)”면서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리면 어떻게 더 베토벤에 가까워질까 깊이 고민했는데 확실히 이번에 소리가 더 깊어졌다. 내면적으로 더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베토벤과 자신이 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음악적으로도 뿌리를 더 깊이 내린 느낌이란다.
“이전 앨범을 녹음한 뒤에도 베토벤은 여러 차례 연주했죠. 그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제 뿌리가 더 깊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소나타와 제가 더 가까워지고 곡들과 저 사이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껴 다시 녹음했습니다.”
이번에 녹음할 때 강철(스틸) 현과 거트 현(양의 창자로 꼬아서 만든 현)을 반씩 섞은 첼로를 사용한 것도 15년 전과 달라진 점이다. 거트 현은 강철에 비해 더욱 섬세한 연주가 가능한 대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관리가 어렵다.
앨범엔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과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두 곡의 변주곡,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 변주곡, 다단조 소나티네가 포함됐다. 마지막 트랙의 소나티네는 이번에 새롭게 수록됐다. “소나티네는 거의 연주가 안 되는 곡이지만 맑고 순수한 곡이어서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양성원은 최근 독일 무대에서 지휘에도 도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주회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유익한 일을 고민하던 차에 지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지휘) 레슨을 받았고 아마추어로 실수도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지휘했어요. 음악가로서 많은 분과 제 음악을 나누고 소리를 끌어내며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지휘를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저는 마에스트로가 아니라 첼리스트예요.”(웃음)
그는 오래 호흡을 맞춰온 ‘단짝’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통영국제음악당(25일), 대전예술의전당(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29일), 10월1일, 13∼16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투어 공연을 한다. 양성원은 10년가량 함께 한 파체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체는 저와 나이도 같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해요. 서로 추구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함께 무한 탐구를 할 수 있죠. 리허설을 할 때는 주로 아침에 만나 저녁 식사할 때까지 (쉬지 않고) 하는데 저녁식사 시간이 몇 시가 될지 모르는 음악가(파트너)예요. 뛰어난 음악가인 동시에 수도자 같은 인품을 지녔죠.”
양성원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초대원장을 지낸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1929∼2021) 전 서울대 교수의 아들로 7살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필립 뮬러를,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야노스 스타커를 사사했으며 진지하면서도 풍부한 음색의 정확한 연주로 주목받았다.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이자 영국 런던의 왕립음악원(RAM)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어떤 스승이 되고 싶은지 묻자 “제자들에게 악기 연주가 전부가 아닌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연주자가 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제자들에게 콩쿠르를 굳이 나가라고 말하지도 않고 콩쿠르에 나가도 준비를 더 신경 써서 해주지도 않아요. 제가 스승들께 ‘훌륭한 음악가가 되려면 자기 삶을 넓히고 깊이를 추구하라’고 배운 것처럼 저 역시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칩니다.”
양성원은 프랑스의 ‘페스티벌 베토벤 드 보네’와 ‘페스티벌 오원’의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스 그라프 지휘로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엘가, 슈만 협주곡을 녹음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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