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에 엔까지..맥 못추는 '비 달러 기축통화'

이윤주 기자 2022. 8. 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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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외부에 유로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전시돼있다. 프랑크푸르트/신화연합뉴스

달러화 초강세 속에 유로화, 엔화 등 다른 기축 통화들이 맥을 못추고 하락하고 있다. 독일경제의 침체 우려로 유로화 가치는 달러와 등가 수준이 깨지며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은 전세계적 긴축기조 속에서도 ‘나홀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도 20년만의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 달러화 기축통화국의 통화마저 힘을 못쓰면서 ‘나홀로 달러’의 기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전날보다 1.1% 떨어진 유로당 0.9928달러에 거래돼 2002년 이후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뒤 유로당 0.9943달러에 마감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13일 유로당 0.0952달러를 기록한 이후 이날 재차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KB증권 보고서를 보면 1970년 이후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1달러 이하로 내려간 적은 1982~1986년, 2000~2002년 등 두번의 시기가 있었다. 같은 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하루동안 0.73% 오른 108.96까지 상승했다.

유로화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영국과 독일 등을 중심으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10.1% 올라 40년 만에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37.2% 폭등해 1949년 통계집계 개시 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500년만에 최악의 가뭄과 전쟁 충격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폭등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유로화 약세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화에 비해 속수무책 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기준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0.4% 하락한 달러당 137.48엔까지 상승했다. 연초 달러당 115엔대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 원인은 결이 다르다. 유로화의 약세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에 기반한 반면, 엔화의 약세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정책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 국가들이 긴축모드로 전환하는 와중에도 일본은행은 여전히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유동성을 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5%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세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주요국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에 상대적으로 노출되지 않은 데다, 일본 산업들이 엔화 약세의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여타 주요국에 비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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