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생존 못한다".. ICT 기업 손잡는 금융사들

허지윤 기자 2022. 8. 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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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전략적 협력·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짙어지면서 시장 및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를 잡기 위해,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하는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도 경영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KB금융)은 위치 기반 서비스 제공 업체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내달 6일 2000억원 규모의 티맵모빌리티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신규 투자로 티맵모빌리티의 지분 8.3%를 보유한 4대 주주가 됐다.

지난달에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하 SKT)은 4000억원대 대규모 지분을 교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T는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하나금융지주 주식 3300억원을 매입해, 하나금융지주의 지분 약 3.1%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인 하나카드는 684억원대 SKT 지분과 SKT가 기존에 보유한 316억원대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해, SKT 지분 약 0.6%, SK스퀘어 지분 약 0.5%를 취득했다.

(사진 위)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왼쪽)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8월 19일 서울시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KB국민은행-티맵모빌리티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아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을 가졌다.

앞서 신한금융그룹과 KT는 올해 1월 양사가 각각 4375억원의 지분을 서로 매입하기로 한 바 있다. 특정금전신탁계약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신한은행은 KT 지분 5.48%를, KT는 비상장사인 신한은행을 대신해 모회사인 신한지주 지분 2.08% 취득한다.

이처럼 금융업계와 ICT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지분 교환에 나서는 이유는 모두 ‘미래 경쟁력 확보’ 때문이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케이뱅크 등의 금융 시장 진출로 ‘디지털 전환 성공’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ICT 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통신사들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하에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ICT 업체에는 금융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할 기회다.

KB국민은행과 티맵모빌리티는 금융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다양한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의 데이터와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계한 결제·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출시하고, 은행과 티맵은 대리운전·택시·화물 기사 및 대리점 등을 겨냥한 금융 상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티맵모빌리티의 가치를 금융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SK스퀘어 ICT 패밀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혁신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지분을 맞교환한 하나금융과 SKT도 ▲금융의 디지털 전환, ▲통신과 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신사업 모델 발굴, ▲디지털 기반 공동 마케팅, ▲고객 특화 상품·서비스 융합, ▲ESG 협력을 통한 사회적 역할 확대 등을 주요 계획으로 내세웠다. 신한은행과 KT가 지분 맞교환을 결정한 것도 미래성장 디지털전환(DX) 사업 협력 강화가 목적이다.

여기엔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첫 번째 혁신과제라고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 안정을 위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은행은 비금융회사에 15% 이내 지분 투자만 가능하다. 또 부수업무로 인정받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다. 비대면 서비스 제고를 위해 IT 기업을 인수하고 싶어도 현행 은행법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하면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비해 전략을 강화하고 투자와 사업 추진 속도를 내는 것”이라면서 “규제 문턱이 낮아지고, 금융과 타 업종 간의 협력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금융-비(非)금융 융합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의 기대만큼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환경 변화에 속도가 붙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를 풀려면 은행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야 갈등이 큰 상황이라 관련 법 국회 통과와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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